브런치 은상, 감사합니다
며칠 전에 브런치 서비스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다. 메일을 통해 내가 브런치에 쓰고 있는 '상상'이라는 매거진이 <브런치북 프로젝트 #2>에 후보에 올랐고, 타인의 지적 재산권 침해하지 않는지 혹은 출간 예정은 아닌지 등 향후 브런치 플랫폼을 통한 출판 가능성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문의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발표날인 29일이 왠지 기다려졌고, 몇 시간 전 드디어 수상 발표가 났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은상'에 올랐고, 상금으로 출간 지원금을 50만 원이나 준단다. 작년 말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해서, 그저 나의 일상과 생각을 매일 써 내려간다는 생각으로 썼던 글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더욱 놀랍다.
대상, 금상, 은상에 각기 오른 매거진은 내가 받아보는 작가분의 글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는데, 이런 좋은 글 속에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글을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금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내가 수상한 '상상'이라는 매거진은 내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겪었던 일을 정리한 <인문학도, 개발자 되다> 시리즈와 <출퇴근 없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원격근무'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이자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문학도, 개발자 되다>는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개발자로의 전향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 큰 관심을 가져주셨고, <출퇴근 없는 삶>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나도 한 번 해봐야지'라는 도전 의식을 전해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퇴사'를 권하는 글이 많이 공유되는데, 단순히 내가 속한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그다음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제는 조금은 힘에 부치는 매일 하루에 한 편씩 글쓰기지만, 그래도 올해 끝까지 글을 써보려고 하는 것은 프리랜 싱과 상해로의 이사 등 2016년 다양한 삶의 변화 속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온전히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 기억은 나중에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오늘의 혼란스러움을 되돌아보며 다시 한 발 내딛는 기회가 될 것이고, 부인과 나의 양가 부모님에게는 타지에 떠나 사는 자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면으로 알려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간간히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는 글을 보고 연락을 주는 친구에게 나의 근황을 알리고, 이후 자식이 태어났을 때 부모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가 끝나기 전 어느 날 갑자기 글쓰기를 멈출지도 모른다. 물론 영어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얼마 전에 올려놓고 이렇게 이야기해봐야 큰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내려놓고,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보이는 것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도전'하라고 속삭인다. 무엇인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몰두하고 싶은 단 하나가 생겼을 때 글쓰기를 멈출지도 모른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는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라며 목놓아 울음을 터트렸지만, 중국 휴대폰도 개통하고 알리페이도 가입한 나에게 어쩐지 오늘은 계속 운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