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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Dec 27. 2015

대한민국 정부님께서 도와주셨다

개발 학원 다닌 이야기

아래는 <인문학도, 개발자되다> 목차이자 첫 글




전공생도, 심지어 공대생도 아닌 내가 개발자가 되는 길은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마침 지인을 통해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개발자 양성 과정(국가기간 전략직종훈련)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고, 큰 고민 없이 상담을 받기로 결심했다. 6개월 과정인데 정부에서 대학교 4학년 및 졸업생들에게 용돈도 줘가면서 무료로 강의를 제공해 준단다. 크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절대로 짧지는 않지만 저런 프로그램이 아니면 개발자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커리큘럼대로 안하더라


나는 분명히 빅데이터와 보안 과정을 신청했는데, 미리 말하자면 빅데이터와 보안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배우지 못했다. 정부 지원 사업은 대부분의 학원들이 비슷하겠지만 다른 이름이 붙어져 있는 강좌라도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Java)와 그 언어를 통한 웹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된다.


한국은 SI(System Integration, 이하 SI) 산업이 매우 발달했는데, 쉽게 말하면 외주 용업 업체들이다. 이런 업체들은 한국 정부, 혹은 주로 대기업이 발주한 프로젝트를 제작해 주면서 돈을 버는데, 한국 정부는 자바라는 언어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개발자는 거의 자바를 다루게 된다. 정부는 취업률을 바탕으로 학원을 평가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SI를 하기 때문에 학원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주로 자바를 가르치고 다른 언어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전공생들이 취업이 안되서 마지막 관문으로 선택했거나, 교수님이 취업하기 전에 등을 떠밀었거나, 취업이 안되서 들어온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업에 열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진도도 더디고, 프로젝트 진행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준다


주의! 일반인은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 6개월 과정을 듣게 되면, 1달은 자바를 공부한다. 그 이후에는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이하 SQL)을 조금 맛만 보고, 그리고 바로 웹 개발로 넘어가게 된다. 웹 개발은 보통 시작은 HTML, CSS, Javascript로 하고 웹 개발 프레임워크 순서대로 진행된다. 그리고 웹 개발 공부가 끝나면 팀을 구성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된다.


갓 프로그래밍을 배운 학생들은 사실 제대로 된 웹 서비스를 하나 만들기도 버겁다. 하지만 팀을 짜서 기획하고, 조악한 디자인에 내 손으로 직접 코드를 한 줄 한 줄 써넣어 서비스를 만드는 기쁨은 정말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6개월을 공부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개발이 대충 이런 것이구나 감을 얻을 수 있다.


창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나는 내가 이맘때 기술로 창업을 하지 않은 나의 결단력 없음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넌 나를 살린거야.


창업을 해보거나 꿈이 있어서 개발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초반에 좌충우돌 하더라도 뭔가 내 손으로 바로 만들어보고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학생들은 수료할 때가 다가오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때를 되돌아 보자면, 어떻게든 서비스는 만들 수 있고, 고생해서 런칭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이며, 운이 좋아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서 더이상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마침 정부 지원 사업에 합격했고, 또 마침 가진 돈이 조금 있어 정부 지원금 납입금으로 돈을 넣고 투자금을 받아서 개발자를 뽑았다면, 내가 할 일은?


물론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 창업자도 인터넷 비지니스를 하고 싶은 마음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서 두 번째 사업 모델로 인스타그램을 출시했다. 그는 아래 동영상에서 "최고일 필요는 없다. (You don't have to be the best.)"라는 말을 한다. 맞다,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당신은 최고의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와 함께 "사고칠 실력은 갖추어야 한다. (You have to bebe dangerous.)"라는 말을 한다. 지금 사업을 도전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가? 그럼 도전하라. 그럼 사고칠 만한 실력인가? 그럼 도전하라. 이도저도 아닌가? 그럼 후일을 도모하라.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의 Y-combinator 인터뷰 (자막, 스테이지5)


속닥속닥


몰래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보통 학원에는 실습 교사라는 명칭의 선생님이 배정되어 있다. 그런데 난 6개월 간 한 번도 그 실습 교사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 사람이 원래 해야되는 일이 무엇인고 하니, 하루에 8시간 동안 학원에 있는다고 하면 4시간은 주 선생님이 그 이후 4시간은 실습 선생님이 지도를 해야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뭐 4시간 수업만 듣고 나머지 시간은 자습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정부에서 학원 선생님에게 주는 돈이 꽤 크단다. 아마 정부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겠다고 선생님에 대한 보수를 아끼지 않는 것이겠다. 그런데 학원에서 돈이 되니까 선생님 통장에 입금된 돈을 학원으로 다시 재입금 하라고 한단다. 하여튼 이놈의 나라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





인문학도가 개발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저는 자유를 사랑합니다. 재택 근무를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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