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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an 02. 2016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의 시작

아래는 <인문학도, 개발자되다> 목차이자 첫 글




학원은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고, 그럼에도 생각보다는 빨리 끝났다.


학원이 시작하기 전에 한 달 정도 여유 시간이 있었다. 나는 자바 과정이었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프로그래밍 언어인 C와 C++을 공부해가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C를 '포인터'라는 개념 전까지 공부하고 갔다. 그런데 오호라 그 정도가 C 책의 절반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1주일 만에 그 내용을 따라 다 나가버렸다. 그리고 정말 한 달 동안 엄청난 속도로 진도를 뺐다. 그리고 조금만 이해를 시켜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교재에 있는 예제를 따라 치는 정도의 수업이었다. '차라리 책을 혼자 보면서 제대로 이해하고 예제를 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자면, 자바 과정을 수강한다면 그냥 자바만 공부하고 가도 충분하다.


선생님은 정말 중요하다


한 달이 될 때쯤에는 정말 나는 개발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더 많은 학생들이 내 주위에 있었지만, 무언가 배우는데 이 정도로 힘들고 이해가  안 되면 소질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학원 사정으로 선생님이 바뀌었다. 젊어 보이시는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이 분의 수업을 듣고 나서부터는 수업이 재미있었다. 일단 지루하고 복잡하기만 하던 책을 덮으라고 하셨다. 그 이후 내가 복습할 때 이외에는 수업 중에 다시 그 책을 펼 일은 전혀 없었다.


그 선생님은 끈질기게 학생들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치 수학 공식을 외울 때, 증명을 공부하듯 원리를 통해서 학생들이 자바라는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셨다. 때로는 개념을 나와서 다른 학생들 앞에 설명해 보라고 시키기도 하고, 수업 끝나고 각자 코딩 숙제를 내주셔서 카페에 따로 올리도록 해주기도 하셨다. 분명한 것은 이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난 중간에 다른 곳에 취업을 했을 거라는 것이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좋은 말씀을  종종해주시는데, 이 선생님 이야기도 나중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6개월은 정말 금방 지나간다


 처음에는 반 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다른 어떤 과정을 6개월 간 듣는다고 해도 비슷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첫 한 달은 교재를 따라 읽는 선생님을 만나 낭비하고, 둘째 달부터 거의 처음부터 자바를 공부했다. 약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다시 공부를 하고 나니 3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손에는 순수 자바로 만든 데스크톱 용 프로그램 포트폴리오가 남겨져 있었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학생들 간에 채팅을 하고, 랜덤으로 사람을 정하는 등 학원 생활에 필요함을 담아낸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디자인은 애초에 고려할 여지도 없고, 기획이나 기술 등은 바닥이었다. 1차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날에는 에러가 나지 않는 흐름을 외웠다가 마치 제대로 작동하는 양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도 재밌었다. 내 손으로 내가 필요한 걸 만드는 과정은 정말 상상 이상의 쾌감을  가져다준다.


그다음에는 SQL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처리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약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을 공부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이후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범위는 정말 협소한 부분이었다. 그래도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넣었고 다루는 과정은 마치 내가 진짜 개발자가 된 기분을  가져다주었다.


나머지 두 달은 웹 개발을 공부하고 웹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는 시간이었다. 우선은 웹 페이지에 가장 기본이 되는 HTML, CSS, Javascript를 배웠다. 특히 HTML과 CSS는 코드로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기분을  가져다주었는데, 내가 발가락에 붓을 끼우고 그린다면 이럴까 하는 정도로 뭐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움직이게 해주는 게  Javascript라는 언어였는데, 이 녀석은 더 어마어마한 세상이었다. 이걸 배우고 나서야 이제 자바로 웹 개발을 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웹 개발이라는 건, 지금까지 배운 자바와 데이터베이스, HTML, CSS, Javascript를 한 번에 쏟아 넣는 과정이었다. 엄청나게 뭔가 많이 배웠던 것 같은데 막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니 코드 한 줄, 한 줄이 장애물이었다.


나는 만들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프로젝트는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 사람이 나와서 그 외의 사람들에게 발표하고, 관심 있는 사람을 선발해서 팀원으로 뽑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취업을 전제로 학원에 나온 사람이 많다 보니 생각보다 자기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여행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자가 자신의 여행을 계획하고 기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서비스 이름도 "Travellers"라고 지어보았다. 그리고 시장 조사도 해봤는데, 여행 산업이라는 것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없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지금의 위시빈과 같은 서비스였다. 서비스를 들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팀원을 모았다. 그간 잘 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을 눈 여겨 보았고, 당연한 순서로 그 사람들을 설득해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함께 기획하고, 서비스 전체를 설계했다. 팀을 나누고, 각 팀 별로 할 부분을 나눴다. 한 달 동안 다들 집에도 가지 않고 서비스를 만들었고, 지금이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코드를 합쳐주는 툴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기 때문에, 각자 만든 부분 코드를 USB로 옮겨서 맨날 합치는 작업도 이어졌다.


한 달 후 각 팀은 나와서 사람들에게 완성물을 발표했다. 어느 팀은 정말 조악했고, 다른 팀은 이게 같이 배운 사람들의 실력인가 싶은 정도인 수준도 있었다. 그렇게 개발자가 되고 있었다.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하다


이제 수료가 다가왔고, 이미 한 두 사람은 면접을 보고 입사가 확정된 사람도 있었다. 주로 학원은 개발 용역 업체(이하 SI 업체)를 연결해줬다. 매주 다른 업체의 이름이 교실 칠판 옆에 붙어 있었고,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나는 죽어도 SI 업체를 가고 싶지는 않았다. 매일 같이 야근이 이어지는 바쁜 일정에 클라이언트의  끊임없는 수정을 처리하는 과정을 상상만 해도, 이제 겨우 시작해서 흥미를 갖게 된 개발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 것이 너무 자명했다. 나는 자신의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에서 정말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싶었다. 사용자와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 손으로 만드는 상상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스타트업 취업의 시작은 로켓펀치라는 사이트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관련 채용해서는 가장 유명한 서비스이다. 혹시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같은 서비스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대체적으로 그런 종류의 구직 사이트는 딱딱한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요구한다. 나 역시도 저런 사이트를 통해 몇 군데 면접을 보았는데, 좋게 말하면 어느 정도는 규모가 있는, 반면에 딱딱한 인상에 면접관과 회사 가득 채워져 있는 곳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로켓펀치라는 서비스의 스타트업은 대체로 수평적이고, 적은 인원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조직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결국 실력 있는 소수의 인원이 최고의 실력을 쏟아 넣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나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했다. 그리고 당신이 선택한 회사가 다음 달에 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가장 처음 면접을 봤던 회사는 팀원이 4명 있는, 여행 스타트업이었다. 학원에서 가장 마지막 프로젝트를 여행 관련 서비스로 했기 때문에, '내가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해 보았노라' 전략으로 접근했다. 면접을 봤는데, 회사 내에 개발자가 없었기 때문에 대표님이 아는 다른 개발사 대표님과 개발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오퍼를 받았다. 그런데 개발자가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기획자 자리를 제의해주셨다. 며칠 고민해 본 끝에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렸다. 나는 정말 제대로 개발을 해보고 싶었다.


다른 몇몇 회사들도 면접을 봤다. 꽁꽁 얼어붙은 공채 시장과는 다르게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두 번 세 번도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 안 되는 컴퓨터로 코딩 테스트를 본 회사, 원하는 금액을  이야기해보라 시기에 가격을  이야기했더니 눈빛이 흔들리셨던 대표님이 있는 회사, 작은 사무실에서 쇼핑몰을 찍어내는 회사 등등 여러 회사들을 만났다. 위압적이었던 대기업 면접과는 다르게 면접을 몇몇 보고 나니 어떤 부분을  주장해야 할지,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이 회사는 어떤 분위기인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로켓펀치에서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회사를 만났다. 회사 소개에는 최고의 회사가 되고 싶다는 비전과 조직원들이 그 일에 집중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에 대해 적혀 있었다. 나는 면접을 봤고, 개발 인턴으로 나의 경력을 시작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주'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최근에 원티드라는 서비스도 있다. 기존의 헤드헌팅을 지인의 추천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공유라는 방식으로 풀었는데, 사람을 찾는데 비용을 들이겠다고 생각하는 조직이라면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갖추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다만 주로 경력직을 찾는 거 같으니 이직 때 고려하면 좋겠다.




인문학도가 개발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저는 자유를 사랑합니다. 재택 근무를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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