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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y 21. 2016

나는 이제 길에서 모든 중국어 단어를 읽을 수 있다

09주, 비결은 바로 과학 기술

아래는 <외국어 덕후의 중국어 정복기> 목차이자 첫 글




중국어 학습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모르는 중국어를 만나면 읽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 단어를 어떻게 읽는지, 다시 말해 병음을 알아야 사전을 켜서 뜻을 찾을 텐데 읽는 방법을 모르니 찾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밖에서 벽에 쓰여있는 글자 10개, 20개의 뜻을 동시에 모르면 이건 도저히 방법이 없다.



그동안 앱스토어에서 '중국어 한방 검색'이라는 앱을 다운로드 해서 쓰고 있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서 검색해서 찾아보면 중국어 선생님은 중국에서 그런 말 안 한다고 말하기 일수였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또 손짓 발짓에, 영어까지 섞어 써야만 겨우 내 의도를 전달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있는데, 중국에도 있냐?"라는 말을 물어볼 때가 가장 고역이었는데, 倾国之色가 중국에서 倾城倾国라고 쓰인다는 것을 배운 것은 내가 저 단어를 떠올린지 약 5분 후의 일이었다. 그나마 아래 이미지처럼 필기 인식 기능을 통해서 병음을 모르는 한자를 직접 써가면서 하나하나 찾을 수 있었지만, 너무 피곤한 일이었다. 

  


그러다 반을 옮기게 되었는데, 중국어를 배운지 3개월밖에 안되었다는 영국 위의 작은 섬나라에서 왔다는 한 친구가 나보다 더 중국어를 잘 읽는 것을 보고 놀라워서 물어봤다. "나는 한국인이라서 중국어를 보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소리 내어 읽지를 못하겠어. 중국어 공부하기 어렵지 않았어?" 그랬더니 엄청 어려웠다면서 매일 공부했단다. 그러면서 중국어 사전 앱을 하나 추천해줬는데, 이름은 Pleco였다. 자기는 모르는 한자는 위에서 본 필기 인식기 같은 걸로 찾아서 공부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이미 위에서 설명한 필기 인식 앱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필요성은 못 느끼지만, 외국 친구들은 어떤 중국어 앱을 쓰는지 궁금해서 다운로드하여보았다.



안드로이드 앱은 필기인식이 된다는데, 안타깝게도 아이폰 앱은 유료 결제를 해야만 필기 인식을 쓸 수 있어서 더욱 흥미를 잃어가던 찰나에 흥미로운 기능을 발견했다. 카메라로 중국어를 인식시키면 그 병음과 뜻을 알.려.준.단.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약 1만 원 상당의 기능이었지만 구매해보았다. 인식이 엄청 잘된다. 게다가 중국 단어 데이터베이스를 서버에 요청하는 게 아니라 기기에 저장하는 형태라 반응 속도도 엄청 빠르다. 그리고 인식한 중국어 뭉치에서 단어는 단어로 묶어서 그 뜻을 알려준다. 신세계였다. 그리고 심지어 그렇게 찾은 단어를 Flash Card라고 불리는 단어장에다 추가하면 그것만 따로 모아서도 볼 수 있고, 시험도 볼 수 있다.



이 앱 덕분에 중국 생활 전체가 커다란 교과서로 바뀌었다. 부인이랑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도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열어서 찾아보고, 며칠 전에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타오바오 가입도 성공했다. 카메라 인식처럼 사진에 있는 중국어를 인식해서 알려주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앱을 쓰면서 '감탄'까지 하기는 쉽지 않은데, 정말 중국어 학습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잘 긁어준 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더불어 차이니즈스킬은 이제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착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매일매일 조금씩 더 들리고, 더 말할 수 있는 것을 느끼다 보면 3개월쯤 뒤에는 어지간한 중국 생활은 가능하고, 6개월쯤 뒤에는 신문이나 잡지도 읽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은 아주 더디게지만 대만에 새롭게 당선되었다는 반중국 성향의 '채영문' 총통의 기사를 읽고 있다. 재밌게도 대만 총통의 이름은 영문(英文), 즉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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