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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ul 28. 2016

우리 희생하지 말아요

스물 하나, 요즘 젊은 부부 이야기

나는 부모님을 떠올리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상해에 살면서 한국의 10~20년 전 사고방식과 비슷한 중국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다 보니, 우리 부모님 세대가 어떤 마음으로 가정을 지켜나갔는지 알 것 같다. 특히 이혼율이 최근 10년 사이에 몇 배나 증가해서 2%라는 상해 사람들에게 여전히 가정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고, 결혼을 하면 본인이나 부부보다는 자식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고 희생하는 중국인을 보자면 또 마음이 짠하다. 20년 후에 장성한 당신의 자식들은 그런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도 소용없을 거다. 이렇게 역사는 재현된다.



아련함


어머니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가게를 운영하시느라 학창 시절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첫째 딸이었기 때문에 엄마 노릇을 했어야 했던 어머니는 가정을 꾸리면 가족이 돌아올 때는 항상 집에 있어주고 싶었단다. 남편이건, 자식이건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아버지는 30년이 넘도록 한 회사에 일하셨다. 첫 사회생활을 한 돈으로 동생 대학을 보냈고, 첫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안에서 장남 노릇을 하며 집안 대소사를 챙기셨다. 일이 너무 힘든 날이면 집에 들어와서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하셨다가도, 해맑은 자식 얼굴 보고는 다시 마음을 다 잡으셨단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에 큰 관심과 소질이 없던 나를 어머니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서울을 올려 보낸 건 확실해 보인다. 내가 만약에 고향에 남아있었더라면, 스페인에 가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부인도 못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중국에 오지도 않았겠지. 그래 그건 확실히 지금의 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자식 공부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는 그런 자식 둘이 막상 서울에 올라가고 나자 너무나 큰 공허함에 한동안 우울증을 앓으셨다. 자식 공부시킨다며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36년 간 회사 생활하셨던 아버지는 퇴직 후에 그간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셔야 했다. 나 역시 서울에 올라왔지만, 대학 입학 이후에 그제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방황해야 했다. 나는 입대하는 날 배정받은 숙소에 앉아 몰래 숨겨갔던 휴대폰으로 '학사경고' 문자를 받았고, 겨우 제대하고 나서 많은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야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말할 수 있었다.


희생은 희생을 하는 사람에게도, 그 희생의 '수혜자'에게도 '지금'을 지속하게 하지만, 그다음을 보게 하는 넓은 시야는 빼앗아가는 것 같다.



꿈꾸는 사람


쉬지 않고 끊임없이 꿈을 꾸고, 이뤄나가는 사람을 한 명만 꼽으라면 나와 부인은 장인어른을 이야기한다. 물론 장인어른께서 가족은 뒷전이고 자신의 꿈만 꾸었다는 것은 아니다. 꿈과 가족은 꼭 상충될 필요는 없다. 장인어른은 충분히 행복하지 못했던 당신의 유년 생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으셨던 것 같다. 퇴근한 저녁에는 가족들을 이끌고 항상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녔고, 주말에는 수영장이며 여러 관광지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의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과 함께한 기억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서른 중반의 나이로 당신의 사업을 시작하신 이후부터 지금까지 항상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하고 직접 발로 뛰면서 살아오셨다. 몇 년 전에는 베트남에서 기회를 보시고, 지금까지 사업을 하고 계신다. 그리고 지금도 딸에게 '당신이 3년 안에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신다고 한다. 세 딸이 다 결혼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서 살다가 일 년에 몇 번은 비행기를 타고 다 함께 모여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장인어른의 소망은 내 심장도 떨리게 한다. 대단하신 분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나이 먹지 않는다. 누구보다 자식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며칠 전에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도 하실 정도로 열정이 가득한 분이시다.



항상 욕망하기


예전에 항상 욕망하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것은 혼자 있을 때뿐만 아니라, 내 평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 반려자와도 함께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 누구도 '희생'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서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를 이야기하고, 많은 대화 속에서 서로의 꿈과 자신의 꿈을 조화롭게 녹여나가고 있다. 우리가 결혼을 결심한 것, 우리가 상해에 온 것, 그리고 내가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 누구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결혼은 함께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결혼이라는 생활 속에서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 필요하다면 그건 절대로 건강한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고,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이유로 자식에게 그 어떤 것도 기대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삶을 사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자식의 결정을 지지하되 결코 자식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것은 본인이 자신의 삶을 사고 있고, 그 순간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식에게도 부모가 희생을 하는 것보다는 매일 꿈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이 정말로 희생하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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