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Jan 25. 2016

왜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지 못하는가?

당당하게 말하라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일인데, 부인은 연애 초기부터 여러 친구들을 소개해줬다. 부인이 자주 보는 친구들은 거의 사귀고 2달 안에 거의 다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 일을 통해서 부인이 나를 진지한 마음으로 만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고, 나 역시 친구들을 통해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들은 단골 질문이 하나 있었다.


우리 ~이 어디가 좋아요?


처음에는 여자들에게 둘러쌓여 저 질문을 받으니 취조 받는 것 같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좋습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전개가 그대로 이어진다. "꺄아아아아~ 다 좋대~" 하고는, 이 사람이 이런 질문을 받고도 멘탈을 지킬 수 있고 친구를 매우 아껴주는구나 생각을 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 친구들이 다음에 남편이 될 사람이나, 남자친구 데려오면 내가 잊지 않고 꼭 그 질문을 되돌려줄테니 남자친구 단단히 각오시키는 게 좋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그런데 이런 나의 행동이 흔하지 않은가보다. 나는 크게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부인 친구들 사이에서 마치 내가 좋은 남자의 상징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뿐이었는데, 이런 반향을 불러 일으키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 세상이 홍길동이 호부호형 못해서 슬프다며 울부 짖은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그런 곳이었단 말인가.


하긴 최근에 비정상회담이라는 방송에 나와 이탈리아 남자 알베르토는 한국에는 유부남들이 결혼 생활을 안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남자가 해야 할 행동인 것처럼 보이가 굉장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결혼한다고 했을 때, 자칭 결혼 선배를 자칭하는 분들이 찾아오셔서 "좋을 때다."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방송에서 알베르토는 '자신은 한국인 부인과 결혼 생활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말한 이후로 마치 사랑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놀랍게도 유부남인 그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했을 뿐이다.)


비정상회담 알베르토


사랑한다고 말하면 좋은 점


그리고 생각보다 사랑한다고 진지하게 내 주위 사람에게 나의 사랑의 깊이를 보여주면 매우 편한 점이 많다.


보통 남자의 친구들은 연인을 데리고 오면, 즐겁게 해준다고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다. 문제는 그게 크게 함께 온 연인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는 데 있는데, 거기까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남자가 자신의 애정과 연인을 얼마나 소중하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면 친구들도 그 친구의 연인을 최대한 존중해서 대하게 된다. 내가 애지중지 대하는 사람을 막 대할 만한 친구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고향에 내려갔을 때였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다같이 모였고, 서로 소개를 해줬다. 내가 눈에서 하트를 뿜어댔는지, 연신 친구들이 "아,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라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 주위에 둘러봐도 너 만큼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부럽다."라고 이야기를 듣는다. 다 하기 나름이다.


호부호형은 죄가 아니다.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하라. 그리고 표현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