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인생의 축소판
여행은 정말 달콤하다. 나는 함께 떠나는 여행도, 혼자 떠나는 여행도 모두 좋아하는데, 여행의 본질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자신에게의 몰입이다. 그동안 나를 사로잡던 것에서 벗어나 미뤄두었던 생각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자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일수록 보다 자기답게 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누군가 함께하고 있다면, 서로 항상 함께 하던 장소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르고 깊이 있는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우리 부부는 사귀고 나서부터 국내외로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둘 다 워낙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부인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 손잡고 세계를 누볐던 여행 엘리트라면, 나는 스페인에서 매주 저가항공을 타고 전 유럽을 누비기 시작하면서 여행에 맛들린 신참 여행자랄까. 사귀고 처음 떠난 제주도에서 자동차를 빌려 늦은 저녁 맥도날드의 드라이빙 쓰루를 통과하며 어른이 된 것 같다며 키득거리기도 했고, 새해를 함께 맞았던 대만에서는 타이베이 101 빌딩을 휘감는 새해 맞이 불꽃 놀이를 보겠다며 묵고 있던 숙소에서 10분을 전력질주로 뛰어가기도 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신났던 경험은 너무너무 많은데, 그중에서도 사귀기 전 서로가 있었던 곳을 함께 가보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살았던 곳에 가서 손잡고 걸으며 그곳에서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친구들을 소개해주는 것은 우리가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과거를 서로 이해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그래서 서로 더 깊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여행의 축소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안다. 누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여행을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사람이 나의 연인이거나 혹은 배우자라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삶의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인생에서처럼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더욱 빈번하게 마주하게 된다. 하루하루가 아니라 일분 일초가 새롭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몸은 지치고, 힘든 순간도 찾아온다. 그럴 때 나의 행동과 상대방의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자. 우리가 함께 살면서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지 어렴풋이 그려지지 않는가?
만약 여행을 떠나기 싫어한다면 매일 같이 주어지는 안정적인 삶을 선호하는 사람일 것이고, 여행에서 크게 다툰다면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심하게 다툴 가능성이 많을 거고, 여행을 떠나서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시간 속에도 마치 나와 함께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즐겁다면 앞으로 함께 하는 시간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직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확신이 없다면, 일주일 이상 어디론가 손을 잡고 훌쩍 떠나 보면 어떨까?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