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통기한은 3년?
대학교를 다닐 때 인기 강의가 몇 개 있었다. 그런 강의는 선배에서 후배에게, 혹은 동기를 통해서 꼭 들어보라는 추천사와 함께 전해진다. 그중에 하나가 '심리학 입문'이었고, 고등학생 자녀를 둔 흡입력 있는 여교수님의 강의가 단연 단골 추천 대상이었다. 입문 과목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내용을 얕게만 배워서 함부로 이야기하고 다니기도 힘든 수준이지만, 다양한 주제를 통해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좋은 수업이었다. 나는 당시 스페인에 다녀와서 두 학기를 남겨놓은 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흥미를 끌었던 것은 스텐버그의 '사랑의 3요소'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사랑이 친밀감, 열정, 그리고 결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는 연애를 시작한 초기에는 열정이 가장 높은 시기이다. 서로 눈만 마주쳐도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손이 맞닿기라도 하면 아주 큰 일이 난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말을 저렇게 이론으로 써놓다니 대단한 양반이다.
이 열정은 연애가 지속될수록 점점 낮아지게 되는데, 열정이 낮아진 자리를 친밀감이 대신 메우게 된다. 그리고 결심은 이 사람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결정이다. 열정과 친밀감이 상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대해 반비례하는데 반해, 결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열정이 매우 높아도 관계를 오래 지속할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열정과 친밀감은 결여되어 있는데 결심만 높다면 '공허한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열정은 약 3년이 지나면 수명을 다한다고 하는데, 약 1년 간 유지되던 높은 열정의 수치가 그 이후 낮아지기 시작하고 3년이 되는 해부터는 다시 유지된다고 한다.
그 수업을 통해서 얻은 것은 연애 초반에 얼마나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 한가였다. 열정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가는 1~3년에 해당하는 시기에 서로 높은 유대감을 만들어 놓지 못하면, 열정이 낮아진 시기에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으라는 이야기다.
고백건대, 부인을 만나기 전에는 '데이트는 일주일에 1번 정도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데이트 주 1파'였다. 그런데 사귀기 시작해서 첫 달에 만나는 횟수가 3번에서 4번으로 시작하더니, 점점 늘어나서 약 두 달이 지날 때쯤에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만났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점은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는 것이다. 나는 굉장히 독립적인 사람이고 개인적인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녀와 함께 있으면 혼자 있을 때처럼 편안하고, 그리고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 그렇게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함께 했고, 떨어져 있었던 것은 예비군 갔을 때 정도로 손에 꼽는다. 놀라운 점은 이것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스텐버그에 따르면 우리는 매우 높은 열정의 수준을 가지고 시작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친밀감을 쌓았으며, 3개월 정도 만났을 때 프러포즈를 했으니 결심도 매우 높은 관계인 것 같다.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주위를 둘러봤을 때 상대적으로 여자가 연인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친구들이랑 술도 마시고 싶고, 혼자 게임도 해야 되고 이런저런 떨어져 있어야 하는 이유를 대는 것 같다.
내가 제안하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둘 중에 한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같이 하기 힘들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주위에 생각보다 많다. 같이 공원에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같이 운동을 다닐 수도 있다. 같이 외국어를 공부해도 좋고, 함께 책을 정해 읽어보는 것도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운동이라는 것이 굉장히 개인적인 시간에 이루어지는 활동이었는데, 몇 차례 시도 끝에 같이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귀찮아서 가지 않게 되기 쉬운 날에도 둘이면 훨씬 쉽게 헬스장에 가게 된다. 같이 건강해지는 것은 덤이고.
그리고 또 하나는 함께 있더라도 각자 할 일을 존중해주라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만났는데, 한 사람이 혹은 두 사람 모두 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이 바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만났을 때 나에게 관심을 쏟아달라고 보채는 것은 상대를 쉽게 지치게 할 수 있다. 물론 한 주에 한 번 만나는데, 만났을 때 다른 것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연인일수록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도 중요한 점 하나, 비록 정신 없이 일을 하고 있더라도 연인이 말을 걸어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웃으며 들어주자.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