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Feb 19. 2018

싱가폴에서 비자 발급받기

외국인 노동자의 필수품

싱가폴에는 크게 WP, SP, EP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비자가 있다. 연봉이 2~3억 넘는 사람을 위한 본인 스폰서 비자 등 저 세 가지 비자 외에도 다른 종류의 비자가 있다고 하지만, 싱가폴에 넘어오려고 준비하는 외국인이라면 거의 대부분 저 세 가지 비자를 받게 될 가능성이 많으니 이 세 가지 비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WP (Work Permit)


세 가지 비자 중 최저 연봉 기준이 가장 낮은 비자다. 단, 이 비자로는 영주권 신청이 불가능하고, 가족을 싱가폴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초대할 수가 없다. 그 외에도 한 회사에서 WP 비율을 8%를 넘길 수 없다는 등 다양한 조건이 있는 거 같다.


- SP (S-Pass)


회사에 고용된 싱가폴인 숫자에 따라 비율로 나오는 외국인 고용 쿼터로 한 회사에서 25%를 넘길 수 없다고 한다. 최소 2200 SGD를 받아야 하고, 대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 6000 SGD를 넘게 받으면 배우자, 혹은 미혼 자녀에게 DP(Dependent Pass)를 발급해줄 수 있다.


- EP (Employment Pass)


공식적인 기준은 월 급여 3600 SGD 이상이라고, 실제로는 나이나 직업, 출신 학교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4000~5000 SGD 정도를 받아야 발급받을 수 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도 따진다고 한다. 물론 싱가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내어놓은 입장은 아니지만, 싱가폴에서 오래 헤드헌팅 업계에서 일하신 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말이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분에 따르면 아예 연봉이 월등히 높지 않은 이상 서울권 대학이 아니면 EP 발급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EP의 경우 배우자에게 DP(Dependent Pass)를 발급해줄 수 있는데, DP를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위 세 가지 비자 없이도 싱가폴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비자처럼 비자 발급에 비용이나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채용 공고에 따라서 시민권자, 영주권자 혹은 DP 소지자를 선호한다는 채용 공고를 종종 볼 수 있다. 기존에 월 5000 SGD 이상 받는 EP 소지자의 배우자에게 제공되던 DP는 2018년부터 월 6000 SGD 이상 버는 사람의 배우자에 한 해 제공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월 10,000 SGD 이상 버는 경우에는 부모님에게 장기 거주 비자도 줄 수 있다고 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서 싱가폴에서 EP 혹은 SP를 받을 수 있는지를 테스트도 해볼 수 있다.


http://www.mom.gov.sg/eservices/services/employment-s-pass-self-assessment-tool

 

DP 발급은 EP를 신청해주는 곳, 즉 회사에서 함께 신청해준다. 만약 싱가폴에서 첫 직장을 구한 거라면 EP발급 받은 후 DP를 신청하면 되고, 이후에는 이직 시 회사에 DP도 함께 신청하면 된다. EP는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6~8주까지도 걸리는데, DP는 보통 1주일 이내에 바로 나온다.


참고로 WP로 싱가폴에서 일을 시작한 경우 이후 EP 발급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만약 오랫동안 싱가폴에서 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처음 발급받는 비자를 잘 선택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줄 세우기


싱가폴은 서울 정도의 면적에 인구가 남한의 1/10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다. 그런데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정말 어마어마한 빈부격차를 보이는 나라이기도하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런 빈부격차에도 불구하고 크게 이런 현상에 불만을 갖거나 표현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처음에 재미있게 다가왔다.


아직 싱가폴에서 짧은 시간을 지내서 정확히 어떤 사고방식으로 이런 빈부격차를 받아들이는지 다양한 방면에서 설명하긴 힘들지만, 싱가폴의 줄 세우기 문화는 이런 빈부격차를 어느 정도 합리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 주로 교육을 묘사할 때 ‘기름 한 방을 나지 않는 나라에서 남는 건 사람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싱가폴에서도 정말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래서 홍콩과 함께 싱가폴에는 세계 대학 순위에 손꼽히는 대학들이 많다. 그런데 이 대학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지나야 한단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4개의 국립대(NUS, NTU, SMU, SUTD)에 갔는지 가지 못했는지는 이후 인생의 엄청나게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싱가폴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매우 엄하고, 싱가폴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엄청난 강도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는 ‘이만큼 노력해서, 이렇게 좋은 대학에 갔고, 이런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이만큼 받으면서 일하는 게 합당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사회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재미있는 게 싱가폴 사람들과 만났을 때 싱가폴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 아주 자연스레 “무슨 비자로 일하고 있냐?”라고 묻는다. 처음에는 마치 상해에서 “너 한 달에 월급 얼마나 받냐?”라고 물어보는 택시 기사를 만나는 거 같은 놀라움을 싱가폴에서 느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 가입하는데도 내 취업 비자가 무엇인지 묻는 사회, 철저하게 줄 세우고 그 순번에 순응하는 사회 같다는 느낌이랄까.


한편 싱가폴의 공항이나 맥도널드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에 노인분들이 일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노인분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있는 나라구나 생각했는데, 싱가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싱가폴은 연금 제도에만 의존해서 노인분들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나이가 들고도 일을 해야만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에도 쥐꼬리만 한 연금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고생하시는 노인분들이 많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는 싱가폴이 낫다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싱가폴은 최저임금이 없는 나라라 이런 분들께서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푼돈을 받으시면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자가 당신의 신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나라 싱가폴에서는 비자를 받고 일을 시작했다고 해서 완전히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싱가폴은 매우 친기업 문화를 가진 나라다. 싱가폴에서는 입사를 하면 대체로 신입과 경력직을 가리지 않고 3개월 간의 probation 기간(한국으로 치면 수습 기간)이 존재하는데, 이 기간 동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회사는 직원을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 물론 probation이라는 기간은 회사뿐만 아니라, 직원에게도 이 회사가 맞는지 알아보는 기간이기 때문에 계약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간이 지나고 정식으로 근무를 하게 되더라도, 회사는 계약서에 적혀있는 대로 해고일로부터 보통 0~8주 정도 미리 알리기만 하면, 언제든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그리고 해고당한 외국인은 해고당한 시점에서 1달 안에 다른 일을 구하지 못하면 바로 싱가폴을 떠나야 한다. 엄청 칼 같지 않은가? 그래서 특히 혼자서 싱가폴로 넘어와 일하는 경우에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굳이 실력 상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정책적으로 특정 팀을 해체하거나 프로젝트를 뒤엎으면 언제든지 잘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싱가폴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에 큰 불만이 없더라도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면접을 보고 더 좋은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겨 다닌다.


그래서 싱가폴에서는 재밌게 병가(Sick Leave)를 쓰면 이직을 준비한다고 의심을 받는다. 싱가폴에서는 아프면 진단서 같은 거 없이도 병가를 편하게 쓸 수 있는데, 보통 싱가폴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면접을 볼 때 병가를 쓴다고 한다. 그래도 너무 잦지만 않다면, 이것도 하나의 싱가폴 기업 문화라서 크게 문제를 삼지는 않는다.

이전 04화 나는 왜 싱가폴을 선택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