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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y 01. 2018

결혼 공장, 그 천박함

일본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와서

일본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일본 결혼식에 간단하게 소개를 하면 일반적으로 본식, 피로연, 뒤풀이 총 3부로 이뤄진다. 1부인 본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2부는 식사가 제공되는 피로연이다. 보통 2~3시간 정도 진행이 되고, 양가 부모님의 축사, 직장 상사의 축사, 친한 친구의 축사 등 많은 사람의 축사와 부부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연애했는 지를 보여주는 비디오 상영 등이 포함된다. 1부와 2부는 자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연락해서 올 수 있는지 물어보고, 초대장을 편지로 보내서 예약을 확인하는 게 일반적이다. 1부와 2부에 참석하는 경우에는 축의금을 내야 한다. 3부는 뒤풀이고 축의금과 별도로 참가비를 일정 금액을 내고 들어가서 술과 다과를 마시면서 신랑, 신부,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신랑과 신부가 모든 사람과 술을 마시기 때문에 취해서 돌아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번에 부인님과 내가 도쿄에서 참여한 결혼식은 세 번째 일본 결혼식이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결혼을 할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혼인 신고를 먼저 하고 같이 살다가 두 사람이 돈을 모아서 혼인 신고를 올린다. 이번에도 미리 혼인 신고를 하고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로부터 6개월 전에 결혼식에 와줄 수 있냐고 연락을 받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던 도쿄의 오후에 본식은 야외에서 진행되었다.



얼마나 예의 바르고, 계획성 철저한 일본 사람들인가. 그런 사람들에게 일생일대의 이벤트인 결혼식이니 모든 부분에서 하나하나 신경 쓴 것이 느껴졌다. 도착한 피로연 자리에는 내 이름표와 함께 "지난번 서울에 놀러 왔을 때 내가 사준 식사만큼 맛있는 식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적혀있는 메모가 놓여 있었다.



일본 결혼식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올라와서 결혼하는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결혼식에서 친구의 아버지는 "30년이라는 생활 동안 여기 계신 분 모두가 함께 제 자식을 키워주셨다."면서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너무 멋있는 말이지 않은가? 우리가 아는 한 사람의 모습은 그 사람의 전체 중에 한 부분일 텐데, 결혼식이라는 장소에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신랑, 신부의 친구가 만들었다는 비디오는 신랑 신부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연애했으며,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심지어 신부 측 부모님의 인터뷰까지 마음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정말 이런 것이 결혼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vs 한국의 결혼식


원래 우리 부부는 스몰 웨딩을 하고 싶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도 흔쾌히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식을 올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우리답게 꾸며놓을 수 있는 스몰 웨딩 식장을 찾았다. 50명 정도밖에 초대할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사람들이 와서 진심으로 축하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스몰 웨딩을 운영하시는 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신랑, 신부가 보고 마음에 들어하시는데 나중에 어른들과 의견이 안 맞아서 예약을 취소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우리 경우가 딱 그랬다.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내 부모님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우리 결혼식을 남들 하는 것처럼 하기를 원하셨고, 결혼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부인님께 너무 미안하게도, 내 부모님이 원하는 결혼식을 올렸다. 물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그뿐인가? 한국에서 결혼식이란 마치 욕망의 용광로가 아닌가? 무슨 제품이든, 서비스든 '웨딩'이라는 두 글자가 붙으면 가격은 2배에서 10배까지도 치솟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인생에 한 번이니까'라는 말을 되뇌며 '아낌없이' 돈을 쓴다. "지난번 결혼식에 가서 보니 그 친구는 이런 것도 했더라", "지난달에 결혼한 친구는 예물로 뭘 받았다더라"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결혼식과 비교한다. 


결혼 준비해 본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결혼 준비가 힘들어서 두 번 못하겠어요." 이런 결혼식이, 이런 결혼식 준비가 정말 두 부부가 행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나?


결혼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나는 결혼 후에 부부 두 사람의 삶이 온전히 지켜질 수 없다면 그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마치 학교에서 숙제를 검사받듯, 결혼할 때가 되어서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주위 사람들에게 나 이제 결혼한다고 결혼식장에서 숙제 검사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결혼식을 올리면서, 물론 많은 분들이 귀한 시간 내서 오셔서 축하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식이 마치 공장처럼 느껴졌다. 결혼식에 가본 사람이라면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그다음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다음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물건이 찍히듯, 우리의 결혼식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나는 결혼식이 두 사람이 그 날 초대한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축하받을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 장소에 온 사람들이 모두 두 사람의 결혼이 너무 기뻐서 행복한 얼굴로 손뼉 쳐주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날 왔던 사람들이 몇 해 뒤에도 그 날 결혼식은 너무 따뜻해서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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