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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미 Jul 08. 2022

2.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절제의 미학




만만한 시작 기준점을 잡고 자주 달리다 보면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 때 측정 단위로 목표량을 조금씩 높여보자.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고 싶다면 초반엔 재미로만 측정하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가 중요하다. 달리기를 하러 갈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들 수는 없어도 달리기에 대한 감정이 기본적으로 좋지 않다면 지금 목표량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니 다시 설정하기를 바란다. 


이번 챕터는 자신만의 적정한 시작 기준점 목표량을 기분 좋게 달리고 측정 가능한 단위가 점점 늘고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이 구간에서 계속 자연스럽게 목표량을 늘려나가 아무 탈 없이 지나가는 구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걸림돌이 하나 생겨 넘어져버렸다. 바로 '과욕'이다. 달리는 거리가 어느 정도 늘수록 당연히 '자신감'도 같이 늘어났다. 편안한 속도로 달렸으니 숨이 별로 가쁘지도 않았고 거리는 계속 늘어 났기 때문에 (1~3KM) 날이 갈 수록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고 더 이상 야외에서 뛰기 힘들어지자 예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트레드밀을 타기 위해 헬스장을 비장하게 등록했다. 전에 나를 농락했던 트레드밀을 다시 마주하니 힘이 불끈 솟았다. 


과한 열정은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게 만든다.


1~3km 정도를 달리던 내가 갑자기 5km씩 달리기로 목표를 정했다. 이때는 계기판을 보면서 달렸기 때문에 속도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대로만 가면 일반인 중 최고 기록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이없는 목표다.) 잔뜩 거만해진 나는 다른 사람들의 속도와 거리를 찾아 보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5키로씩 달리기는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속도를 높여가자 숨이 가빠졌다. 호흡이 망가지고 미간은 찌푸려졌다. 데자뷰처럼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유산소 운동은 30분 정도는 해야합니다.'가 '5km를 25분안에 달려야 합니다.'로 바뀌었을 뿐이다. 몇 번이나 5km를 25분내에게 완주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너무 힘들었다. 다 뛰고 난 후에 다리가 후들거렸으며 심장이 너무 벌렁거렸고 '그래, 오늘도 해냈어.'는 커녕 후회스럽기만 했다. 다행히 달리기에 대한 감정은 나빠지지 않았다. 자만한 나를 탓했고 겸손해지기로 했다. 기껏 달리는 습관이 생길 것 같은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달리기를 나를 내세우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면 안되고 어차피 달리기는 그런 도구가 될만한 만만한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남의 기록과 속도는 신경쓰지 않고 현재 나에게 맞는 속도와 거리를 염두하며 계속해서 달렸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는 3km를 죽을 맛으로 달렸었고 얼마 못가 그만뒀는데 이제 그 정도는 쉽게 달릴 수 있었다. 과욕은 기대를 갖게 하고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만들며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준다. 갑자기 확 실력이 늘꺼라는 막연하고 터무니없는 불투명한 미래를 보지 말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조금씩 꾸준하게 늘어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렇다고 그 지지부진한 과정이 지루하지도 않았다. '와, 정말 신난다.' 정도는 아니어도 매번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조금씩 늘어가는 속도와 거리에 뿌듯함을 느꼈다. 과욕은 이 모든 것을 앗아간다. 나는 그때의 후들거림과 벌렁거림을 잊지 않는다.  





<거의 매일 10km, 5000km를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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