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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미 Dec 24. 2023

분리하지 말자.

구분 동작으로 뛰지 않는다. 

걷는 과정을 세세하게 나누면 이렇다. 


오른발 다리를 직각이 아닌 정도로 든 다음 내딛으면서 지면에 닿을 때쯤 왼발을 들고 앞으로 뻗는다. 마찬가지로 왼발이 닿을 때쯤 오른발을 든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손은 내딛는 발에 반대편을 뻗고 교차적으로 앞뒤로 움직인다. 머리는 정면을 응시하는 것이 좋으며 척추는 곧게 세워야 된다. 


걸을 때마다 이 모든 과정을 의식하고 걷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런 과정을 의식하지 않아도 대부분 잘 걷지만 재밌는 점은 걷는 법을 처음 배울 때조차도 이 과정을 익혀서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 없이 넘어지면서 배웠다. 


잘 달릴 수 있는 방법 또한 세세하게 따지면 많다. 호흡하는 법, 미드풋, 포워풋, 힐 스트라이크, 달릴 때 골반 위치와 고개의 각도 등 따지고 보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고쳐야 될 점 투성이다. 이런 이론은 주로 프로 마라토너들의 자세를 보고 체계화되거나 달리기 고수들의 경험적인 조언을 통해서 전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달릴 때 좋은 자세에 대한 조언을 참고하고 의식할수록 몸은 굳어진다. 나의 경험은 그랬다. 의식하는 게 많아질수록 달리기가 어색해졌다. 걷는 법을 의식하면서 걷는 것처럼 말이다. 


달리기에 관한 조언 중 고개를 너무 숙이면 안 된다는 것을 의식하고 뛴 적이 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뛰니까 고개를 드는 것이 힘든 일이 되었고 '해야만 되는 일'이 되었다. 


조언을 잘 활용하려면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되는 룰처럼 여기지 말고 뛰다가 '알아채는'정도가 좋다. '아, 난 지금 너무 고개를 숙이고 있군'하면서 고개를 조금 들고 바로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자주 해보면 어렵지도 않다. 보폭이 너무 좁으면 '좀 넓혀야겠군' 하고 넓히다가 에너지가 딸리면 관둔다. 이론을 룰처럼 여기고 이 악물고 지키려고 했다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도움 됐었던 것은(지금도) '좋은 조언도 너무 의식하지 말자'였다. 적정 페이스로 뛰다 보면 나에게 맞는 자세와 전체 흐름이 느껴진다. 착지하는 발에만 신경 쓰거나 호흡에만 신경쓰면 더 힘들다. 각 부분들을 의식해서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뛴다, 뛰고 싶다.'라는 느낌만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다. 


처음 걸었을 때가 너무 어려서 기억이 안 나지만 '걷고 싶어서' 걸었을 것이다. 

지금은 '뛰고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린다.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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