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멈출 수 있게 해줘요!!
6개월의 파견 연수 기간 중에 경기도 각지에서 모인 연수생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마음이 통했는지 공동체 운영에 뜻이 있는 분이 ‘마니또’ 본부를 구성하여 2달간 마니또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이후 ‘친구’ 사귀기를 전력으로 해본 적이 없어서 참 낯설고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니또가 진행되고 1주일, 2주일이 지나도 나의 마니또로부터 편지도 선물도 없었다.
그렇게 2주간 아무런 미동이 없던 나의 비밀친구에게 갑자기 편지와 선물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너무 티가 나서 누군지 단번에 알았지만 비밀친구를 지켜주기 위해 모르는 척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연수원에 오지 못하고 집에서 줌으로 연수에 참여했던 연수생이 있었는데, 그분이 오자마자 선물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내 친구구나~하고 바로 알아버렸다.
알고 나서 시시해진 게 아니라 모르는 척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게 더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 받은 선물은 화분이었다. 지금은 꽃이 지고 잎만 남았지만 예쁜 꽃대가 청아하게 고개를 드리운 서양난 화분이었다.
선물을 주고 싶은데 주지 못하는 애타는 마음, 선물을 받지 못해 상심해 있을 친구의 마음을 헤아렸을 그 마음, 격리가 풀리고 연수원에 오자마자 그 마음을 꽃에 담아 보내온 친구에게 뭔가 답례를 하고 싶어졌다. 어떤 게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려보기로 했다.
고마움을 붓끝에 담아본다.
고마움이 온 세상에 물들기를 바라며…
그리고, 매순간 감사함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더 가지려고 고군분투하며 내 옆에 있는 '행복'을 서운하게 하지 않으리란 것을 안다.
오늘 다시 그 4월의 감사한 마음을 내 속에서 조심스레 꺼내어서 마주해 본다.
'고마워. 나에게 와줘서.'
'네가 나에게 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아마, 삶에 지쳐 다시 널 잊을지도 몰라.'
'그러면,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주겠니?'
이렇게 내 마음 속에 있는 조그마한 아이에게 조용히 부탁해 본다. 분명 내가 말도 안되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을 때, 오늘의 부탁을 떠올리며 내 옆에 가만히 다가와 이렇게 말해주겠지...
"괜찮아? 우리 잠시 쉴까? 하늘이 참 예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