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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Aug 17. 2020

자유와 성장

방만들기를 배우면 집을 만듭니다.

일본어 시간.

코로나19로 기초를 온라인으로 배운 아이들.

문자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잡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나를 구원한 것은 바로 '구글'

구글의 다양한 학습 도구들이 나의 수업에 단비가 되어 주었다.

그 중 하나가 '클래스카드'이다.

교사가 단어장을 만들어서 올리면 아이들은 핸드폰, 컴퓨터로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다. 단어학습만이 아니라 테스트, 스펠연습까지 가능하다. 온라인 녹화 영상을 올리고, 해당 강의와 함께 공부할 클래스카드를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은 강의를 듣고 자연스럽게 클래스카드로 단어 및 문장 공부를 한다.

그렇게 학교에 오면 온라인 수업 기간에 공부한 내용을 지루하게 반복하지 않아도 되니, 학교에 왔을 때 오프라인 수업 중에 진행했던 문화 수업도 가능했다.

그 중 일본의 주거문화를 공부하고 주거문화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패들렛으로 정리하고, 다다미 방을 직접 만들어 보았다. 만들기 전에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를 보면서 '육첩방은 남의 나라' 라는 문구에서 보이는 '疊(첩)'이라는 말이 다다미를 세는 단위라는 것을 말해주니, 아이들이 "아~"라고 이해한다.

어떤 아이가, "쌤, 문학 시간 전에 배웠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라고 한다.

'그렇군, 그럼, 내년에는 문학 선생님과 융합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아이들과 수업 중에 나누는 이런 자유로운 이야기들을 너무 좋아한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을 성장시킨다. 그래도, 내가 너무 존경하고 존경하고 존경하는 윤동주 시인이 이렇게 힘든 상황에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져도 되는지 고뇌하면서 쓴 시를 그저 '다다미'라는 일본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써도 되는 것인지 죄송스러운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시와 일본어 문화 수업 덕분에 '다다미'라는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수업을 연장시키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 점심시간. 

수행평가 안내 사항이 있어서 교실에 잠시 들렀는데, 학급 게시판에 마을을 하나 건설해 놓았다.

일본어 시간에 만든 다다미 방을 쌓아서 아파트를 세운 것이다.

쉽게 만들어진 건물.

역시 아이들은 즐겁고 자유로우면 무궁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렇게 표현하면 몹시도 염치없고 부끄러운 변명같지만, 교사의 부족함은 아이들이 메워주는 것 같다.

다다미 방으로 세운 아파트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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