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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Jun 03. 2018

OB 베어스 아이들과 을지로 맥주 골목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2018년 6월 을지로 맥주골목의 저녁, 이제는 을지로의 명소가 되었다.


주변 프로야구팬들 중  '두산 베어스' 팬이 특히 많다고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2년 프로야구의 시대가 열리고, 다음 해부터 어린이 야구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 어린이 회원 모집을 시작으로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 어린이 야구단,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스(기아 타이거스 전신) 어린이 야구단 등 대부분의 프로 야구 구단들이 어린이 회원을 모집하면서 프로야구는 우리 세대 어린 시절의 한 추억으로 자리 잡습니다. 특히 OB 베어스 경우  투수 '박철순'선수와 최초 어린이 구단 모집이라는 인기에 힘입어 한 반에 다섯 명 중 한 명은 OB 베어스 모자를 쓰고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친구들은 두산 베어스의 뿌리 깊은 팬으로 아직도 잠실야구장에 출몰하기도 합니다.  프로야구 팬들 중 두산 베어스팬이 가장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이 시절부터 시작된 팬들이 성장하여 아직도 든든히 응원단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금요일 저녁, 그 시절의 OB 베어스 어린이 회원과 MBC 청룡 어린이 야구단(필자)이었던 소년들이 그때 그 마음으로  만나, 을지로 맥주 골목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1980년부터 을지로 맥주 골목에서 노가리와 생맥주를 팔았다는 'OB 비어'를 비롯하여  '뮌헨 호프'와  바로 옆 2호점을 내고 있다는 '만선 호프'까지 을지로 맥주 골목은 생맥주의 성지 같은 곳입니다. 요즘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어 주로 기성세대가 많았던 골목에 젊은 세대들도 많이 보입니다.



윌리엄 코플랜드가 세운 일본 요코하마의 Spring Valley Brewery 양조장_기린맥주의 전신이다.

맥주의 역사는 '문명과 자본'의 역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거쳐, 이집트에서 발전되어 로마시대를 거치고, 중세에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되다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시대에는 공장제 양조 발전의 역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맥주는 와인, 위스키와 함께 세계 3대 주류산업의 선두 주자로서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맥주의 역사도 다르지 않아서, 1908년 '을사조약' 이후 대한제국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던 일본은 그들의 '자본'과 함께 기린맥주와 삿포로 맥주를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옵니다. 미국의 양조업자 윌리엄 코플랜드가 일본에 세운  요코하마의 Spring Valley Brewery가 기린 맥주로 발전하여 우리나라에까지 진출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맥주의 깔끔한 맛 Lager Beer는 미국 맥주의 DNA에서 유래한 듯합니다.)

일제는 1909년 주세법을 발효하면서 세수 확보를 위해 면허제를 실시하고 신고하지 않은 술에 대해선 밀주로 단속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주세는 일본의 제2의 세수 수입원이 되고, 1916년 '쌀 수탈'을 위해 제사문화의 한 축이 되었던 가정에서 빚는 '가양주'의 주조까지 금지시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전통주들의 명맥과 전통이 끊어지는 아픈 역사입니다.


일본으로 송출하기위해 군산창고에 쌓인 쌀가마니들


일제는 군산에 조선 미곡창고(대한통운의 전신)를 세워 조선의 쌀 수탈을 위한 물류창고와 이동 역할을 하고, 쌀 수탈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군산에 철도까지 건설합니다. 요즘은 관광지인 군산 철길의 모태입니다.쌀도 없고 술은 더욱이 귀한 시절, 맥주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모던 보이'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맥주는 일제의 금주운동에서 알코올 도수가 낮다는 이유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일본 기업이 주도하는 주류라는 이점으로 승승장구 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상당한 고가품이었지만 맥주의 소비는 꾸준히 증가합니다.

조선일보 기록에 따르면 1923년 한 해 동안 소비된 맥주가 약 112만 8000병(1924년 5월 7일 자), 5년 뒤인 1928년엔 한 해 696만 병으로 급증합니다.(1929년 7월 21일)

1933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맥주시장이 성장하자 삿포로 맥주와 기린맥주 양조장을  설립하는데,  그 시절 한강물이 맑고 깨끗하여 한강물을 끌어다 쓰기 쉬운  영등포역 뒤편에(지금의 영등포 공원 자리와 영등포 푸르지오 아파트 자리) 우리나라 최조의 맥주 양조장을 건설합니다.

국내 생산이 개시되면서 1933년 연간 맥주 소비량은  1254만 병으로 급증하기 시작합니다. 한강물이 좋아서인지 인기가 높아 서울에서 만든 맥주를 만주까지 수출을 하게 됩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일본의 적산(적의 재산)으로 분류되던 영등포의 기린맥주공장과 삿포로 맥주공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민간에 불하되어 OB맥주(동양맥주, 두산그룹의 창립자인 박두병 씨가 인수)와 크라운맥주(조선맥주)로 발전하게 됩니다.


OB맥주와 크라운맥주의 경쟁 관계는 현대까지 이어져 카스와 하이트를 필두로 엎치락뒤치락 발전해 왔는데, 2001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으로 OB맥주는 벨기에의 주류회사인 인터브루에 매각됩니다.


1970년대 OB맥주 공장

이제 OB맥주는 다국적 기업으로 공장은 한국에 있지만, 한국 회사가 아닌 외국계 회사로 분류됩니다. 이때 'OB 베어스'라는 구단 이름도 '두산 베어스'로 변경됩니다. 이후 OB맥주는 다시 다국적 맥주회사들의 인수와 합병을 거쳐 거대 다국적 맥주회사인' AB InBev' 계열로 인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OB맥주를 인수한 벨기에 'AB InBev'사는 다국적 M&A를 통하여 전 세계 맥주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서  버드와이저, 호가든, 벡스, 코로나, 뢰벤브로이, 레페, 스텔라 아르투아, 하얼빈 등 우리가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여러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OB 베어 이천공장에서는 카스를 비롯하여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의 수입맥주가 우리나라 유통과 아시안지역 수출을 위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TV 광고에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의  맥주 광고가 많이 보이고, 양꼬치집에 하얼빈 맥주가 등장하며, 우리나라 카스 맥주 CF에 고든 램지 셰프가 'Bloody Fresh!'와 '카스 먼저!'를 외치는 등의 생소한 장면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유럽 AB InBev 계열 거대 맥주회사의 홍보와 자본의 힘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2014년 롯데 칠성에서 클라우드 맥주를 생산하면서 국내 맥주시장에선  AB InBev 계열의 Cass와 하이트 진로의 Hite, 그리고 롯데칠성의 Kloud로 '3파전'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맥주시장은 자국에서 생산된 맥주가 소비되는 내수산업적인 특성을 보였지만, 국내 판매량이 높은 아사히, 기린 등의 글로벌 맥주기업들과 하이네켄 등의 여러 맥주 브랜드들은 자국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수출로 기업의 수익성을 찾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맥주 시장 규모도 2014년을 기점으로 4조 원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기업들 눈에 들기 시작하고, 다국적 맥주회사들이 수입맥주를 저렴하게게 출시하면서 국내 맥주시장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편의점 판매 1등인 '아사히 비어'등 일본산 맥주와 유럽산 맥주가 우리나라 맥주 판매를 웃돌기 시작합니다. 2016년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0%대에 그쳤지만,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유통 채널에 FTA(자유무역협정) 무관세로 세금 혜택을 받은 값싼 수입맥주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파격적으로 상승합니다. 2017년 6월 기준으로 수입맥주는 점유율 50.1%로 국산 맥주를 따돌리고 있습니다.




맛있는 맥주와 맛없는 맥주가 아니라  '다양(diversity)'  문화입니다.

 

영화 <분노의 질주7>에는 도미닉(라거파)과 미스터노바디(에일파)가 서로의 맥주 취향을 두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서로의 취향과 다름에 대립하는 장면이고, 유럽인과 미국인의 맥주의 취향을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진한 '에일 비어'를 즐기는 유럽인의 미각에서 깔끔한 '라거 비어'는 술에 물을 탄 듯한 맛없는 맥주 맛이겠지만, 깔끔함을 즐기는 라거 마니아에게는 맛있는 맥주로 다가옵니다.

맥주시장의 도약과 다양성의 확산으로 우리나라의 수제 맥주 시장도 성장하기 시작하고, 맥주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오직 크래프트 비어만을 좋아하는 수제 맥주 신봉자인 30대 후반의 후배, IPA(India Pale Ale)가 진짜 맥주라는 30대 초반의 조카, 봉구비어와 춘자비어 등 가성비를 추구하는 20대의 여학생들, 소맥과 삼겹살로 맥주를 즐기는 40대 후반의 친구, 그리고 생맥주는 을지로 맥주 골목이 제일 맛있다는 저를 포함하여... 맥주는 세대별 각 계층이 다양한 경로와 소비, 경험을 통하여 우리 사회로 들어오는 듯합니다.

홉이 강한 유럽산 에일 맥주와 썸도 타보고,  미국산 IPA맥주와 사랑도 하였지만, 역시 퇴근 후 치맥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깔끔한 라거 스타일의 생맥주가 좋습니다.

흔히들 사람들이 우리나라맥주를 맛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맛의 세계맥주를 즐기고 사랑하듯이, 우리 맥주인 대한민국의 '깔끔한 라거(Lager Beer)'도 이제는 다시 사랑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OB 베어스 어린이 회원 친구들은 성장하여 대기업 부장이 되고 기업체 대표, 기타 학원 선생님, 치킨집 사장님도 되었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그동안 우승도 여러 번 하고, 한국시리즈에도 많이 올라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도 많았는데, 'LG 트윈스'는 언제 한국 시리즈에 진출할지 궁금합니다. MBC 청룡 어린이 야구단 아이들도 성장하여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의 경기를 잠실야구장에서 응원하고 싶을텐데 말입니다.


"LG 트윈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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