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의 역설

by 임찰스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무조건

내 몸을 갈아 넣는다


비몽사몽인 채

어딘가 끌려가듯


삐걱대는 루틴 속을

뱅글뱅글 헛돈다


나의 아집으로

타인에게 전염된 피로는


어느덧

염치로 남아


마음속에

휙휙 맴돈다.





도전이라는 말은 사람을 쉽게 들뜨게 만든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는 기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사람을 밀어붙인다. 그렇게 사람은 혼자서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것처럼 일을 벌여놓고, 나름의 루틴까지 그럴듯하게 설계한다.


초반은 대체로 순조롭다. 며칠 정도는 계획대로 움직인다. 몸이 조금 힘들어도 버틸 만하고, 흐름도 나쁘지 않다. 이대로라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생긴다.


하지만 그 착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쌓인 피로는 어느 순간 한꺼번에 올라오고, 버티던 균형은 갑자기 무너진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느 날, 더는 이어갈 힘이 없어져 버린다.


그렇게 한 번 주저앉고 나면, 이어서 다시 일어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진다. 멈춘 상태가 점점 익숙해지고, 처음의 의욕은 빠르게 식어버린다. 결국 손을 놓는다.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던 일처럼, 스스로 벌여놓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외면해 버리기 일쑤다.


문제는 그 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닌 경우가 다소 있다는 것이다. 감당하겠다고 시작한 일은 이미 주변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공백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된다.


후회라고 하기엔 늦었고, 변명하기엔 부끄러운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편을 계속 맴돈다.


아마도 그게 끝내 버리지 못한 것일 것이다. 무너지고, 외면하고, 다시 반복하면서도 결국 남아 있는 것, 바로 인간으로서의 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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