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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Feb 21. 2021

22 나를 위한 시간

-  커피 한 잔의 여유

최근 이직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거주지와 회사와의 거리가 멀어(송파구에서 강서구, 서울 동쪽 끝에서 서쪽 끝) 새벽 5:30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30분 정도 침대에서 꾸물거리거나, 그 30분 정도 홈트나 명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씻고 준비해서 늦어도 새벽 6:40분쯤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어떤 이는 일어나서 10분 만에 집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해서, 노하우를 듣고 전날 샤워를 하고 입고 나갈 옷을 미리 준비해 두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란 사람은 전날 저녁에 씻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씻든, 화장을 하든 안 하든, 옷을 대충 입든 차려입든, 대부분 출근 준비에 1시간은 꼬박 소요되었다. 정말 기가 막히게도 항상 그렇다. 아마도 나에겐 바쁘면 바쁜 대로, 여유 있으면 여유 있는 대로 집에서 나가는 시간(데드 라인)에 적절히 시간을 안분하는 능력이 탑재되어 있는 것 같다.


대략 여유 있게 잡으면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8호선)-지하철(9호선 급행)-버스(2정거장)를 거쳐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렇게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내리면, 집에서 나온 지 1시간 정도가 되는데 언젠가부터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10분 정도 커피 한 잔을 시켜 마시고 나만을 위한 짧은 시간을 가진 다음, 남은 출근길(버스-회사)을 떠난게 된다. 스타벅스를 주로 가는데, 메뉴판에는 톨, 그란데 사이즈의 가격만 나와있으나, 숏 사이즈의 메뉴 주문이 가능다(아는 사람만 주문한다). 짧은 시간에 마시기에 적당한 양이다.


전 직장을 다닐 때는 주로 아침에 꼬박 드립 커피를 내려서 텀블러나 보온병에 가지고 다녔다. 요즘 인터넷에서 커피 원두를 주문하면, 원두의 종류(케냐, 브라질, 과테말라, 예가체프, 인디아, 콜롬비아 등 싱글 빈, 시그니처 등 블렌디드 커피 등) , 로스팅 여부(생두 주문 가능, 강배전, 중배전, 약배전), 분쇄도 여부(홀 빈, 드립용 분쇄, 모카포트용 분쇄, 에스프레소머신용 분쇄, 프렌치프레스용 분쇄, 더치용 분쇄) 등을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주문한 당일에 로스팅해서 다음날 택배로 받아보면 너무나 신선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어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커피보다 맛과 풍미가 훌륭하다.


드립 커피에 필요한 준비물은 (1) 원두(주로 카페 뮤제오 등 인터넷에서 구입), (2) 그라인더(개인적으로는 자동을 좋아한다. 같은 취미 부자인 우리 오라버니는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것이 오일 성분 추출 등 커피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데, 수동 그라인더를 사용해 원두를 가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힘들기에 나는 거기서 오는 섬세한 커피 맛의 차이는 감수하기로 했다.), (3)드리퍼(나는 하리오 드리퍼를 쓴다), (4) 종이 원두 필터(멜리타, 하리오 등), (5) 물을 끓일 전기포트 등이다(TV에 나온 커피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100도씨 끓는 물로 원두를 드립 하면 커피가 타버려서 쓴 맛이 나므로 그 보다 낮은 온도의 물을 사용하는 것이 원두 본연의 맛을 살리기에 좋다고 한다).



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자주 블렌디드 된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므로, 개인적으로 집에서 마실 때는 싱글 빈을 선호한다. 그리고 쉽게 질리는 취향이라 다양한 싱글빈을 구비해 두고 돌아가면서 마신다. 그래도 그중에 최애 원두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케냐' 원두를 사랑한다고 말하겠다. 인터넷 설명을 빌리자면, 잘 익은 체리의 새콤달콤함, 쌉싸름하고 달콤한 카카오의 풍미, 달짝지근한 바닐라의 향을 가지고 있으며 적당한 산미와 바디감을 가지고 있단다. 핫 브루도 좋고, 특히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는 아이스 케냐는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인다.


에스프레소 및 라떼,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을 때는 일리 캡슐커피머신(X7.1)을 쓴다. 우선 디자인도 너무나 예쁘고 사용이 간편하며, 일리 커피팩도 다양하다(브라질, 인디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싱글빈, 다크 로스팅, 미디엄 로스팅, 디카페인 등). 그리고 굳이 일리 캡슐을 구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커피 원두를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스테인리스 캡슐도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국내 런칭에 엄청난 관심을 끈 B사의 드립 커피가 크게 히트를 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국내 카페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스터리 카페도 너무나 많고, 굳이 직접 로스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로스팅 공장을 통해 신선한 원두를 공급받아 운영하는 카페도 너무나 많다. 집에서 직접 진정한 자가배전(로스팅)을 하며 커피를 즐기는 개인들도 많이 늘었다.


아무리 바빠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 나를 위한 시간, 커피 타임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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