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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Feb 27. 2021

23 희망과 믿음을 준 스파티필룸

- 반려식물 키우기

참 많이 죽이기도 하였다.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 내 반려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은 식물보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혼자 사는 사람으로 반려동물을 책임감 있게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의미의 생명,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첫 만남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선인장, 다육이, 미니화분 3종(레드스타, 홍페페, 미니 금사철), 산세베리아 등을 스스로 구매하거나 집들이 등의 선물로 받았다. 모두 키우기 정말 쉽고 공기 정화에 좋다는 식물들이었다. 잘 키워보리라 다짐하며 인터넷 블로그나 유튜브 등을 찾아보았다. 해당 식물의 특성, 물을 주는 주기나 타이밍, 적정량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따라 키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설명은 이러했다. '어떤 식물은 1주일에 1번, 다른 식물은 1주일에 2번, 또 다른 식물은 한 달에 1번 물을 주라', '겉 흙이 마르면 물을 주라.'


그런데, 그런 안내에 따라 물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이내 시들시들 생기를 잃으며 영양제를 주며 갖은 애를 써도 결국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심각하리만치 몇 번의 똑같은 경험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분명하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었다. 내 경우, 식물에 대한 지나친 관심 또는 일방적인 관심으로 물을 너무 자주, 많이 주었기 때문에 결국 '뿌리가 썩어서 죽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귀인을 만나게 됐다. 바로 동네 마트 속 화분 코너의 사장님이셨다. 나의 속상한 사정을 설명하자, 비법을 알려주셨다. "물을 주는 타이밍은 절대적인 주기가 아니며, 외부의 날씨, 집안의 습도, 화분을 두는 위치에 따라 너무도 다르기에 일반화하기 어렵다. 또한 겉 흙은 말라 있어도 속 흙에 수분이 충분한 경우가 있다. 나무젓가락 같은 것으로 화분 속 흙을 10cm 정도 찔러보고 뺐을 때, 흙이 나무젓가락에 묻어나지 않는다면 속 흙이 건조하다는 것이므로 물을 주는 타이밍이고, 겉 흙은 말라 보여도 찔러보고 뺐을 때 나무젓가락에 흙이 묻어난다면 그것은 속 흙,  뿌리 쪽에는 수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므로 이때는 물을 주면 안 된다."


그 말씀은 식물의 상태를 아주 세심하게 파악하라는 말씀으로 들렸다. 내 편의대로 정한 주기나 내 보기에 겉 흙이 마른 상태에서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식물이 진짜 목이 마르고 영양이 부족할 때, 바로 그때를 잘 살펴 필요한 때 필요한 것을 주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어떤 관계도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지나쳐서도 안 되며, 상대방을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간관계 해법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이 알려주신 방법은 옳았다. 이 방법을 사용하고부터는 내 집에서 '죽어 나가는' 식물들이 현저히 줄게 됐다. 화분 코너의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렇게 4년째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첫, 최장 반려식물이 바로 '스파티필룸'이다.



학명 : 스파티필룸(Spathiphyllum wallisii)  

원산지 :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모양 및 특징 : 봄, 여름 흰색 꽃이 피며 향기는 거의 없다.

생육조건 : (1) 생육온도 : 21~25도씨, (2) 겨울 최저온도: 13도씨, (3) 생육습도; 40~70%

관리요구도 : 보통(약간 잘 견딤)

(출처, 실내정원식물백과 참고 및 부분 발췌)


스파티필룸에 대해 좀 더 개인적인 경험을 추가하면, 봄부터 여름까지 3~4개월가량 예쁜 흰색 꽃이 계속 피기 때문에 다른 식물보다 오랫동안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꽃대가 하나둘씩 올라오는 것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스파티필룸의 또 다른 장점은 황금연휴나 여름, 겨울 휴가로 1~2주 정도 꽤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돌아왔을 때 있다. 당장은 잎이 많이 쳐저 있어 '이 아이', 식물의 상태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바로 물을 받아둔 대야에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화분을 넣고 충분히 수분을 흡수하게 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짝반짝 힘이 생긴다. 내 반려 식물이 지금까지 잘 견뎌주어서 고맙다.


나의 생활공간에 나와 다른 생명이 있고, 푸릇푸릇한 존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존재감이, 나에게 심리적 위안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앞으로도 우리, 같이 잘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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