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우드의 <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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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장 (무엇이 우리를 지속하게 하는가)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지보단 습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를 했다면 2부에서는 습관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과 작별하고 좋은 습관을 길러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독일 출신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이 주장한 것은 모든 물질이 물리력에 지배당하듯 인간의 행동 역시 특정한 '힘'에 영향을 받는데 그 '힘'은 바로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상황'은 행동에 가해지는 힘이고 '추진력'과 '억제력' 간의 끊임없는 투쟁이다. 그리고 그 사이 '마찰력'이 존재한다.
앞서 말했지만 뛰어난 사람들이 그랬듯이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통제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제력'이란 명칭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명칭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리한 상황에 자신을 놓아두는 법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유리한 상황에 자신을 놓으려면 적절한 곳에 마찰력을 잘 배치해놓으면 된다. 가장 단순한 마찰은 '거리'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잔을 마시고 싶다면 물컵을 일어나서 보이는 자리에 갖다 두면 되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면 집이나 회사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운동권을 끊는다. 그건 너무 단순한 얘기 아니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그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 목표를 세울 때 마찰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해도 나에게 맞는 환경을 설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서비스들이 '낮은 마찰 전략'이라는 이론을 사용해 사용자들이 서비스에 조금 더 참여하고 각인되도록 서비스를 고안한다. 이 책에서는 우버와 리프트를 이야기하지만 둘 다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않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카카오톡을 이야기하고 싶다. 카카오톡은 우리나라 국민은 없어서는 안 되는 메시지 앱이라 하루에도 수십 번 채팅을 하기 위해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긴 하지만 채팅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다 잠시 텀이 있을 때 (대답을 기다려야 할 때)나 대화가 끝나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채팅의 다음 탭인 샵(#)으로 손이 가는 것을 깨달았다. 샵 버튼으로 손이 가는 것은 너무나 쉬운 데다 누르면 내가 관심 있어할 만한 정보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재미있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게 되면 원래 의도(잠깐 빈시간을 채우려는)와는 다르게 내가 보고 싶은 기사나 콘텐츠를 눈에 보이는 대로 다 봐야 겨우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나는 샵 안에 있는 콘텐츠를 보고 싶다는 '추진력'에 마찰력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쓴 방법은 이 책에서도 나오는 '덮어쓰기'란 전략이었다. 기존에 하는 습관 대신 다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나는 빈 시간을 잠시 때울만한 게 필요했고 가장 쉬운 선택인 (가장 가까운) 샵 안의 콘텐츠를 보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행동이 나에게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시간 낭비와 무의미함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샵을 누르는 대신 밀리의 서재를 켜기로 했다. 밀리의 서재에는 항상 내가 보다 만 책이 있기 때문에 들어가면 바로 읽다 멈춘 지점에서 책을 계속 볼 수 있고, 책의 내용은 훨씬 유익하기 때문에 보고 나면 뿌듯함 (즉각적인 보상)이 남는다. 무엇보다 오래 읽지 않고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게 되기도 하고, 오래 본다 해도 유익한 내용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반복되는 '시간'을 활용하거나 반복되는 '상황'에 연결하는 방식으로도 환경을 조금 더 쉽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영양제를 먹고 싶으면 영양제 뚜껑에 먹을 시간을 써 두고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면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영양제를 꼭 챙겨 먹어야지' 다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꾸준히 영양제를 섭취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어떤 상황은 마찰력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대개 먼 미래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것들 (여기서 든 예로는 전자기기의 에너지 소비 효율과 음식점에 메뉴판에 쓰인 칼로리 정보)은 당장 좋아 보이는 것들 (예쁜 디자인,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은 것)에 가려져 따져가며 고를 것 같지만 실제로 큰 효과를 주지 못한다.
이 말은 보상이 즉각적일수록 효과가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행동 그 자체에 보상이 있는 경우 (글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운동하면서 느끼는 아드레날린,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가 가장 좋다고 한다. 특정 환경 자체도 보상이 될 수 있다. 책에서는 화려하게 꾸며놓은 헬스장이 우리가 운동할 때 상류층에 속해있는 느낌 즉, 소속감과 우월감을 준다는 예시를 들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보상이 불규칙적이고 예상치 못할 때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도박에 빠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한 때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불규칙적인 보상을 줘서) 목표를 성취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이 방법은 혼자서 적용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것 같아 더 이야기를 하진 않겠지만 관심이 있다면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책을 봐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얘기한 마찰력이나 보상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한번 습관을 형성하고 나면 욕구가 사라지고 보상이 없더라도 이미 자리 잡힌 습관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게 우리가 습관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고 습관화되었을 때 누릴 수 있는 큰 장점이다.
한 가지 더, 이렇게 나에게 맞는 마찰력과 보상이 무엇 일지를 고민하고 시도하는 과정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습관을 형성하는데 29일이 걸린다, 66일이 걸린다 등등 형성기간에 대한 연구가 과거에 있긴 하지만 편차가 크고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 의지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마법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시작한다. 그러니 언젠가는 마법이 일어난다는 걸 믿어야 한다."
습관 형성을 위한 환경 설계 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2018년 션 영의 <무조건 달라진다>라는 책도 있다. 원래는 루티너리를 개발할 초기에 이 책을 읽고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습관이 무엇이고 왜 습관을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해빗>이 독보적이지만 <무조건 달라진다>는 온전히 습관 설계 전략에 집중한 책으로 7가지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추천한다. 사실 이 책도 나중에 정리해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는 습관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지 체감할 수 있는 사례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교수의 <넛지>와 맥락을 같이하는 습관의 사회화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 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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