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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스 Oct 15. 2024

퇴사일기

Ep3. 나는 왜 이 회사에 다녔나

오랫동안 퇴사를 생각해왔다. 

매주 월요일 아침 지하철에서 '다음주에는 그만두어야지' 다짐하면서 아직도 다니고 있다. 

나는 왜 지금도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이직을 하게 되면 전 회사의 장점이 생각난다고 하는데 지금의 회사를 다닌다는 것의 장점도 서술해보았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


1. 월급 

  돈을 벌고 기초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이다. 가족과 맛있는 음식점에 가고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데 돈이 든다. 특히 도시에서는 숨쉬는 모든 순간 돈이 나간다.


2. 안정성

  회사에 다니면 조직에 속해있다는 안정감과 타인에게 나를 회사와 직급으로 소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한 부서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이지만 회사가 주는 네임밸류 값어치는 확실히 있다. 재수생이나 취준생 시절을 떠올려보았을 때 조직에 속하지 않고 나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3. 대출가능

   회사를 다니고 소득이 있어야 소득증명원이 생기고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 특히나 제1금융권은 아무나한테 목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회사를 다닌다는 것과 회사의 연봉은 나의 담보가치가 된다. 


4. 규칙적인 생활

  9 TO 6 라는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MBTI P로서 회사를 안 다녔으면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일어났을 것이다. 바이오리듬에 맞게 산다는 것. 남들 잘 때 자고 일어날 때 일어난다는 것은 직장인의 숙명과 동시에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이다. 



'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


1. 적지않은, 고정적인 월급

  연봉은 동종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 아니었고 매년 지급되는 명절 상여와 약간의 인센티브에 만족했다. 정기적으로 매달 꽂히는 돈이 마약같이 느껴졌다. 


2. 성과에 대한 압박x

  회사 전체의 목표 매출액은 있지만 형식적인 숫자이다 보니 팀별 목표 매출액 미달시 압박 또는 패널티가 없다. 그저 팀장이 가져온 프로젝트를 보고서로 작성해 내부를 설득하고 수주하면 될 뿐 실적이 부족하다고 자르거나 좌천시키는 일은 없다. 기존 프로젝트 관리도 어렵다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3. 식대 제공

  구내식당이 있어 기본적인 식비가 무료이다. 팀별로 법카가 주어지는데 법카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다. 구내식당 외에도 인근에 맛집이 많아 법카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 커피까지는 어렵지만 회사가 잘 나갔을 때는 회식하거나 사람 만나서 밥먹는데 회사돈으로 모두 충당되었다. 


4. 위치와 교통

  위치가 좋고 교통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큰 베네핏이다. 버스, 지하철로 1시간 내 통근 가능하며 인근에 회사들이 밀집되어 있어 멀리 가지 않고도 미팅을 잡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을 들여 각각의 이유를 써보니 지금 회사의 객관적인 장점이 보인다. 

이런 장점이 있어서 다녔다기보다는 이런 점도 있었기에 다행이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직장인에게 '퇴사하고 싶다'는 말은 '오늘 너무 힘들었다' 정도의 말이라는데 

그 말이 정말 여러 번 무겁게 다가왔던 내게 '퇴사하고 싶다'라는 말은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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