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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스 Oct 15. 2024

퇴사일기

Ep4. 나는 왜 힘든가

내 퇴사 사유를 적어보기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퇴사사유를 찾아보았다.


최근 기사를 보면 행시 5급 사무관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금융위에서는 올해 8월말까지 23명이 퇴사했고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감원에서도 올해 29명이 사표를 냈다. 2030 직원 퇴사 수도 2010년 이래 최대이다. 


이들이 공직을 떠난 주된 사유는 "공정하지 못한 평가/보상 체계, 야근의 일상화, 과도한 업무량 대비 적은 보수" 등이다.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름녀 첫 회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년 7개월이라 한다. 이들의 퇴사 사유는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45.5%), 계약기간 만료(15.6%), 건강/육아/결혼 등 개인, 가족적 이유(15.3%)" 순이다. 


청년층으로서 내가 회사를 떠나려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퇴사를 하려는 이유


1. 수직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

  남초인데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다. 윗사람의 의견은 법이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분위기인지라 회식이나 야근 후 부서원끼리 식사하는 데 필참하는 것이 관례였다. 타 부서인데도 직급이 높으면 찍어누르거나 자기 일을 넘겨도 뭐라 못 하는 분위기였고 오래다닌 윗직원이 관례라고 하면 따라야 되는 일이 많았다. 


2. 업무의 자율성X     

  맡은 프로젝트를 함에 있어서 담당자의 권한이 없었다. 프로젝트 실무를 하면서 일어난 모든 일을 상사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구해 일을 진행해야 했다. 심지어는 관계사와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메일 문구를 어떻게 보낼지도 하나하나 확인을 받아 보냈다. 간단한 일조차도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번복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보니 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내부보고하고 연락드리겠다'가 전부였다. 매일 상사의 마이크로매니징에 시달리다 보니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의식이 사라졌다.

  

3. 잦은 야근

  관리하는 프로젝트가 많아 초과근무 기본 2~3시간은 기본이었고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일이 잦았다. 부서장의 눈치를 많이 보다 보니 일이 많지 않아도 자연스레 남아서 일을 하는 분위기였다. 임원의 출장이 많을 때면 시간에 맞춰 보고하기 위해 주말, 연휴 출근도 불사한 경우가 많았다.  

           

4. 일이 적성에 안 맞음      

  호기롭게 부서 이동을 했지만 옮기고 나서 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다. 매일 답이 없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는데 법학도로 법이라는 틀이 익숙했던 터라 말주변, 임기응변,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웠다. 여러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고난도 멀티태스킹이 요구되었는데 타사를 설득하면서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업무시간 외에도 개인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여 관계사와 네트워크를 쌓아야 하는 것도 탐탁치 않았다.


퇴사를 원하는 이유를 4가지로 요약했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내가 하는 일이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내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느껴서였다. 직급은 높아져 할 일은 많아지는데 제한된 권한 내에서 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없다 보니 자존감은 낮아졌다. 그러다보니 업무에도 흥미가 떨어졌고 10년 후 상사가 되었을 때 아웃풋을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나열한 내용들은 개인적인 고민이기에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은 결국 감정적인 문제들의 연속이라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세한 내용을 적는 작업이 내 고통을 해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어떤 점이 힘들었고 어떤 점이 괜찮았나 를 적는 과정을 통해 자소서 작성시 그토록 막연하게 느껴졌던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을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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