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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Nov 23. 2022

목마와 숙녀 _ 박인환 (2)

시 비평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 즉 사랑의 진리와 환상에 목매이던 사람은 이제 사라졌다. 그러나 세월(인간)은 그저 가고 오는 것이 순리다. 3행에 '한 때' 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함께 했던 애틋한 추억의 혹은 사랑의 기억들. 인간은 늘 그 시간이 마음 속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지만, 그것 또한 언젠가는 시들기 마련이다. 영원한 순간이란 없지만, 영원히 추억을 되새기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그와 같은 사랑의 기억, 추억에서도 언젠가 작별해야함을 이 시는 말한다.


그리고 이제 늙은 여류 작가가 등장하는데, 이는 앞서 등장했던 환상적 인물의 상징인 소녀, 숙녀와 대비된다. 늙은 여류 작가란 환상성과 대비되는 환멸적 인물, 즉 그 환멸에서 오는 원숙함, 현실성, 삶의 진리를 의미한다. 시에서 유일하게 가장 밀접한 접촉을 요구하는 인물로서, 눈을 바라보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의 주제가 강하게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눈이란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 타인을 바라보고 교감할 수 있는 깊은 정신적 매개체 이기에.



마지막 연

숙녀가 타고 떠난 목마는 환상의 공간적 상징인 하늘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목마의 방울 소리는  철렁이는데, 이는 여전히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추억과 환상과 사랑이 인간의 가슴 속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로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행에 쓰러진 술병에 목 메어 운다는 것에서 끝이 나기에 허무주의로 보여질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시의 맥락을 보았을 때, 삶은 반드시 허무주의로만 흐른다기 보단 환상과 환멸이 강렬히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은 늘 웃고 슬퍼하고 고독하고 방황하는 존재라는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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