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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Nov 24. 2022

금따는 콩밭_김유정

단상

남편한테 뺨맞고 앙심을 품는 영식의 아내
금을 못 캐자 점점 골로가는 부부 사이
금을 찾았다고 부부에게 거짓말 하는 수재
거짓말 친 것이 들킬까 무서워 도망 갈 생각하는 수재


 김유정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떠오르는 영화 감독이 있다. 바로 일본에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 기존의 판에 박힌 형이상학을 중시하는 환상적인 로맨스에서 과감히 탈피해서 인간의 본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현실적인 틈을 잘 잡아내서 이야기로 부풀리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작품이 훨씬 잔인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유정은 이런 면에서 천재 급이라 생각한다)


특히 남녀사이에 가식이 없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작품을 보면 속이 시원하다. 야스조의 영화에선 여자의 권위가 좀 더 쎄지만, 두 사람의 작품에서 남녀가 때리면서 투덕투덕 하는 게 읽다보면 참 흡사하다 느꼈다. 그게 상업영화에서 보여지는 투덕거림과는 묘하게 다르다.  기존의 다른 상업영화는 어느 정도는 로맨스를 바탕에 깔고서 투덕거리는 것이기에, 사실 환상에 기반한 것이어서 완전히 날 것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김유정 소설에서 부부가 금이 안 나온다고 아내가 대단히 남편을 미워하고, 남편은 지가 하랄 땐 언제고 본인을 무시하는 아내를 경멸하면서 몸 싸움을 벌인다.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문신에서도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창녀 짓을 그만두지 않으니 화가 나서 등긁개로 무려 5대를 후려친다. 이 외에도 참 재밌는 장면들이 많다. 이 작품들에서 남녀 사이에 싸움은 냉혹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그들이 싸우는 모양새는 익살스럽다. 한 마디로 웃프다. 이 웃프다는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환멸적 느낌이 좋다. 마냥 연출된 듯한 다른 로맨스보다 훨씬 첨예하면서도 슬프게 삶의 진실을, 그리고 인간의 본능을 찌르는 느낌이다.


김유정 소설 사진 4장을 D에게 보냈다.

D는 내게 말했다.


" 이거, 이거 왜..? 나 로또 사지 말라는 거야?^^"


로또 라는 단어가 나에게 훅 다가왔다.


"아니요. 뭐 그건 아니고 그냥 재밌어서요 오랜만에

읽으니까."


"이 소설 읽으니까 로또 사면 안 될 것 같아. 어쩌지 고민 되. "


그러나 D는 로또를 살 것이다. 그리고 그 말고도

현대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과 청약에 불을 키고 몰두한다. 그것이 이 시대에 금점인 것이다.


"어차피 살 거면서..."


"응, 응 맞아..^^;"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에 영식은 삶의 방식만이 변형되었을 뿐, 사실 꽤 많은 사람들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금이 나오지 않을, 아니 어쩌면 나올지도 모르니까


바로 이렇게 시대를 불문하고 단편으로 아주 재밌고 쉽게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에 김유정의 천재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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