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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Nov 25. 2022

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_이원하

시 비평

화자는 수국이 살이 찌면 즙을 짜서 마실 것이라고 한다. 이는 꽃이 과일로 형상화된 것이다. 본래 수국은 즙을 짜서 마실 수가 없다. 그렇다면 화자는 왜 수국을 과일로서 형상화하여 마신다고 한 것일까? 수국의 즙이라는 것 자체가 화자가 만들어낸 환상적 언어다. 왜냐하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그 즙을 마시려는 목적은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어서라고 한다. 이것은 화자가 수국이라는 꽃에 부여하는 이상향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올려볼 수 있는 것은 수국이 가지는 아름다운 이미지 혹은 수국이라는 꽃이 만개하기 위해서 다른 꽃보다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듯, 일종의 지혜와 수용력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말투를 그렇게 가지고 싶다는 것은 이 화자는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이다. 그에 따른 명백한 증거로,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이 시 속에 화자는 혼자 살면서 스스로를 빼곡히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온전히 스스로를 자각했다기 보단 자기 안에 있는 타인에 대한 소통의 욕망을 인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소통 혹은 사랑에 대한 욕구 때문에 매일 누군가를 갈망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대상, 이상향은 현실보다 크다. 그래서 나의 정체는 끝이 없다는 말은, 사실 나의 이상향과 나 자신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다는, 얼핏 보면 성장을 요하는 희망적 언어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엔 사실 그 이상향 때문에 사랑의 결실에 어려움이 있어 외롭고 공허한 상황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상대방을 받아들일 때 가능한 것이지만 우린 스스로를 내려놓는 것이 매우 어렵다. 신체 부위 중에서 굳이 등껍질이라는 건, 우리가 항상 뒤로 가지고 있어서 마음(심장)이 앞설 땐 인지하지 못 하지만, 항상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고질적인 어려움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물그릇이 자꾸 쏟아진다는 것은 화자는 누구에게든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싶었고  자기 안에서 나오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물그릇이 갑자기 쏟아져서 놀라서 그것을 치워야 하듯이 늘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리. 그래서 화자는 그런 자기 자신 아팠기에, 다른 이들에게도 사랑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고 싶어 한다. 이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위로의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화자 자신이 사실은 큰 그림을 매일 그릴 정도로 애인을 갖고 싶어 했고, 소통에의 욕구가 존재했었던 인물이기에, 사랑하지 말라는 말은 자기 방어 기제에서 나온, 아직은 연약하고 두렵다는 스스로를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상처받을 지라도,  등껍질이 연약할지라도 결국엔 사랑하고,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이 가진 본연의 욕망이자 순리니까 말이다.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다고 말한다. 이 깃털이 위에서 언급했던 자기 방어 기제다. 깃털은 보편적으로 치장과 보호의 의미를 지닌다. 이를 인간적인 의미로 치환해서 보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식을 의미할 수 있다. 제주라는 섬에서 화자는 가식을 버리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이리. 그리고 발전에 끝이  없다는 것은 이처럼 인간이 벗어야 할 가식(가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이 없다는 것이다. 즉, 완전히 벗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화자는 김포라는, 제주와는 상반되는 도시로 도피하고픈 욕구를 드러낸다. 이는 가식(가면)을 벗기 어려워하는 우리들을 그대로 지목하는 구절인 것이다.

김포로 도망가지 않은 화자는 마치 마츠코(영화 속 인물)의 익살처럼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 실성하기도 한다. 웃기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은 개그맨, 즉 익살스러운 인간을 의미한다. 이는 내가 당신을 웃기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웃음이 현상수배범처럼 범죄 때문에 쫓기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조차도 웃을 수 있게 할 것이란, 객관성을 버린 채(눈에 뜨이면 잡히니까) 광적인 희생의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현상수배범이 쉽게 타의에 의해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나의 익살과 나의 사랑은 그러한 법 조차 뛰어넘는 열정을 사실은 가지고 있다고 이 시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동물적인 직감으로 느끼기에 이 시는 무모하고 대단히 순수한 열정을 지닌 시라고 생각한다. 현상수배범을 웃게 하겠다? 이건 유치원 다니는 유년기 시절의 아이들만이 과감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현실에 갇힌, 겁 많고 지켜야 할 것이 많은 꼰대 어른들은 절대로 생각 못 할...   그래서 어떻다고? 좋다고. 너무 좋습니다


 내가 현상수배범이 되었는데, 웃어서 잡혀가야 한다면, 당신이 나를 웃게 해 준 다면...  기꺼이 웃겠습니다. 그리고 잡혀가겠습니다. 마지막 웃음이 될지라도 나는 당신을 그만큼 무모하게 사랑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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