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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Dec 03. 2022

윤동주_별 헤는 밤

낭만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시

처음 1연, 2연에 화자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을 다 헤일 듯하다고 말한다. 이는 화자가 아침이 온다는 자연의 순리는 잊을 정도로 순수하고 낭만적인 자아에 빠져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별을 세면서 가을밤의 감상에 심취해있다가 죽음을 맞이해도 좋다고 느낄 정도로, 시의 도입부부터 낭만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그러나 3 연부터 현실에 대한 자각을 하기 시작한다.

낭만성은 점점 퇴색되어 가면서 아침이 오리라는 자연의 순리를 자각한다. 나 별을 다 헤고 싶은 욕망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기에, 그럼에도 나에게는 내일 밤과 청춘이 남아있음을 말한다. 별을 세는 것은 그리움의 욕망을 채우는 일이고, 그것을 멈춰버리는 순간 부끄럽다고

자각할 수 있는 자아마저 소실되는 것이기에.

그리고 화자는 단어를 나열한다.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4연에서 주로 감정적인 것들의 나열로부터 시작해서

근본적으로 그리움을  일으키는 대상을 2회 언급한다.

삶에는 추억도 있고 사랑도 있었지만, 그에 따르는 쓸쓸함도 있었고, 그럼에도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것은

시로 나타내어지곤 했다. 그러나 그것에의 가장 큰 외로움, 그리움은 어머니라는 것이리.


그리고 5 연부터 본격적으로 가장 큰 그리움의 대상에게 말을 건네는 식으로 그는 자신의 추억을 상기시켜본다.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 패, 경, 옥 등 이국 소녀의 이름들, 어머니가 된 여자의 이름들 -> 거의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음


가난한 사람들의 이름들,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 구체적인 이름과 성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개념으로 남자와 여자를 포용하고 있음. 그리고 새에서 개, 토끼 등 동물의 이름으로 나열되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순수성을 망각하고 싶지 않은 유년기의 그리움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열된 단어들의 특이점은 주로 이름으로 추억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화자가

자기 이름을 언덕 위에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렸다는 것과 상당히 대비되는 것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한 인간을 규정짓는

보편성을 지닌 것으로, 나의 추억 속에 살아있는 이들의

이름은 순수하게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니 더럽혀지지

않았으나, 이름, 즉 사회적으로든 심층적 자아로서든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심히 부끄럽고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스스로를 벌레로 은유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 화자는 희망을 언급하듯이 말한다.

봄이 오면 무덤 위에도 풀이 무성할 것이라고.

무덤에 풀이 무성한 것은 자연적이고 야생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도 무덤을 보살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적인 타인과의 관계, 압박에서 벗어나, 본인의 이름이 극도로 순수하고 자유하고 깨끗해졌을 때 나는 부끄러운 자아가 아니게 됨을 말하는 것이리.




이는 생명의 실제적인 죽음이 평안함으로 이어지는 해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를 이제 그만 극도의 고독으로

놓아달라는 의미도 가능하다. 어머니만이 나를 나 자신으로 가장 여겨주신 존재이지만, 어머니으로의 회귀가

불가하니 차가운 무덤으로 덮이고 말겠다는 쓸쓸한 결말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견해로 나는 이 시에서 나열된 단어들이

직접적이라, 시로서의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은

좀 덜하다고 느끼지만 그것을 능가할 만큼의

윤동주 시인의 순수에의 극적인 갈망이 그 부족함마저 잊게 하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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