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녹으면 물이 된다. 그리고 물은 언젠가 증발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속은 눈을 떠올리고 있다. 눈이 내렸을 때의 그 수려한 설경, 벅찬 기분이 드는 찬 공기, 너와 나의 그 순간 나눴던 대화들, 붉게 상기되어 있던 너의 볼, 그때 개봉했었던 영화... 어느 순간 마침내 찾아온 이별.
그리고 시간이 흘러 눈은 또다시 내린다.
그러나 추억은 가슴속에 없다.
오래된 빈 가처럼 황량할 뿐...
어느 소설에 구절처럼 사랑은 누군가의 존재에 강력히
침투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진실하고 열정적이었던 사랑은
오로지 그때 그 순간에만 존재할 뿐, 반창고를 붙이듯이
추억을 떠올릴 여유는 존재할 수가 없다. 메워지지 않는 자리는 잊히는 것이다. 다시 살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