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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Jun 04. 2023

10cm 봄이 좋냐

비평

봄은 표면적으로는 사랑하기 좋은 계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계절의 첫 번째, 생명의 도약, 청춘, 분홍빛 유년시절을 상징한다. 화자는 연인을 시기하고 있다. 꽃이 언제 피는지 뭐가 중요하냐, 덥든 춥든 언제든 붙어 있는 니네 참 이상해, 아마 화자는 이별을 한 직후이거나 연인이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화자는 삶과 사랑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권태에 빠진 인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pc방은 암흑의 세계, 타인과 단절된 세계이다. 사실 니 남친은 pc방을 가고 싶어해, 이것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의 마음 한켠엔 권태로움을 빠지고 싶은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 문제 없는데 왜 나는 안 생기는 건데, 날씨도 완전 풀렸는데 감기는 왜 또 걸리는데,
추울 땐 추워서 안생기고,더우면 더워서 인생은 불공평해
너의 완벽한 연애는 아직 웃고 있지만,너도 차일거야 겁나 지독하게"

이 부분은 사랑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도약하기 어려움, 청춘 다운 청춘이 찾아오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한 열등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계절이 순환하듯이 봄은 반드시 온다. 스무살은 찾아온다. 그러나 날씨가 풀렸음에도 감기가 걸리듯이, 인생에 자꾸 걸림돌이 생긴다, 나만 대학을 못 갔다, 등등. 그리고 추울 땐 추워서 안생기고 더우면 더워서 안 생긴다, 이 부분은 연애 뿐만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나쁘면 제 의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의 무자비함을 의미한다.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 예예
망해라 망해라"

그러나 삶은 언젠가 끝난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 봄은
지나고 겨울이 온다. 또 그렇게 내가 열등감을 갖고 불평불만하던 애증의  인생도 언젠가 끝난다는 것이다.


끝은 삶의 허무함을 시사한다..
그래서 난 이 곡이 좋다. 단순히 연인을 시기하는 찌질한 사람의 하소연이 아니라 제 뜻 대로 되지 않는 삶의 어려움, 슬픔, 허무함이 이 한 곡에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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