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M YI NA
Jul 21. 2023
낙엽수림
가을이 되면 나무는 밤 마다 고열을 앓는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단단히 밀착한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나무는 폐쇄적인 생물로 변해간다
축축한 늪에는 하나 둘 섬이 떠오른다
퇴색한 밤의 잔재를 깊게 들이킨
마른 젖가슴을 닮은 낙엽들이
강가를 위태롭게 나부끼는 물고기처럼
달빛이 불안히 바람에 흔들리다가
방향 감각을 잃은 슬픈 나비처럼
그 위에 내려 앉는다
오늘은 춘천
그곳은 여전했다오늘은 오랜만에 춘천에 갔다..
늘 가는 곳은 정해져 있다.
항상 가는 카페.
사장님은 안 계셨지만, 직원 분이
정성스레 핸드드립을 내려주셨다.
그 직원 분은 내가 다 마신 커피 컵을 가져다 주면서
사장님이 내리신 커피만큼 훌륭하군요, 라고
먼저 말해줬는데,
조금 이따가 똑같은 질문을 또 해왔다.
커피 맛있으셨어요? 괜찮았어요?
나는 그의 질문에 다시 새로운 질문을 받은 것처럼
너무, 너무 좋았어요, 라고 대답해줬다.
반복된 질문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그는 나의 대답을 망각한 것인가?
아니면 칭찬을 다시 한 번 듣고 싶어서 인가?
그게 아니라면 손님을 향한 서비스 정신인가?
이유야 어쨋건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 직원이 10번을 물어도 그랬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그와 같이
매우 명료하게 기쁜 일, 정성스런 일에
동조하는 것 쯤이야 무한 번 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10번을 물으면 그때마다 어떻게 답을 하면 좋을지
매번 다른 형태의 미사여구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