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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Jul 27. 2023

불운인가 미숙함인가

Aphorism


이 사진 속 마담은 이마에 조금의 세월의 흔적도 없이 말끔하다. 그 이유는 지금 껏 눈을 단 한번도 뜨지 않은 채 장님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눈을 뜬 다른 사람들보다도 오히려 제 몸을 파트너에게 자유로이 맡긴 채, 심연에서 우러나는 뜨거운 탱고를 춘다. 마치 눈사태가 일어난 대지를 향해 뜨거운 태양 빛이 부드럽게 포효하듯이, 그녀의 춤사위는 무대를 압도한다.


그녀의 넓고 아름다운 이마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외적인 장애가 아니라 내면적 장애라는 사실을 감명스럽게 선포하는 것만 같다. 표면적인 흥분과 집착은 인식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결과물일 뿐이다. 결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내안에 존재하는 목소리인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장애는 하늘이 주신 불운이 아니라, 그것을 불운으로 치부하려 하는 나약함이 진정 불운인 것이라는 강인한 감내력이 그녀의 존재감에서 전해져온다.


07 27 2023

대구로 가는 열차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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