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꾼 꿈에서 나는 여관에서 몸을 파는 창녀였다. 손님이 왔는데, 팔 다리가 가늘고 안경을 낀 청년이었다. 그사람은 매우 긴장되어 보였고, 나는 놀라서 방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포주에게 말했다.
"나는 저 사람 손님으로 못 받겠어요. 죄송해요."
포주는 목소리가 걸걸한 아줌마였다. 성격이 매우 고약했다.
"아니, 왜 안 받아? 미쳤어? 쟤 첫 경험이래 그래서 돈 2배는 낸다는데, 당장 가서 일 해!"
나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난 못 해요..."
눈물이 격정적으로 퍼붓었다. 감정이 더욱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아가씨가 달려와서 걱정해줬다.
"언니, 왜 그래요? 왜 못 하겠어요?"
" 사실, 손님이 내 15살 때 첫사랑이야. 나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도 읽으면서 토론도 했어. 우리 둘 다 그 어느때보다 순수했지. 저 사람도 나를 사랑했어. 우린 정신적으로 잘 통하는 사이였어. 그런데 나는 이렇게 타락했고, 저 사람은 고려대 철학과에 진학했어. 그래서 나는 지금 너무 민망해... 저 사람 앞에 서는 게.."
다른 아가씨는 내 입장을 이해해줬다.
" 언니, 그러면 제가 저 사람에게 안 된다고 커트 치고 올께요."
그러자 포주가 대노했다.
" 야, 그럴꺼면 너라도 돈 벌어와."
" 언니의 첫 사랑인데, 제가 어떻게 자요? 이건 아니죠."
" 얘네들이 왜 이래? 니들한테 그딴게 어디있어? 니들이 애초에 그런 거 생각했으면 이 일을 하지 말아야지. 되게 웃긴다 너네!"
다른 아가씨가 내 귀에 속삭였다.
" 일단 방에 들어가서 그 남자랑 대화라도 하고 나와요. 생각해보니 언니 보려고 온 것 같긴 해요."
나는 망설여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사람은 방에서 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사람은 내게 인사했다.
" 여전히 이쁘다."
그렇지만 나는 화가 났다.
"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거야? 이렇게 오는게 나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알긴 아니? 정말 너무 한다."
"미안해. 우리가 순수했던 그 시절이 자꾸만 떠올랐어. 기회가 솔직히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너 생각이 나서 못 하겠더라. 이러다가 평생 못 할 것 같아서, 너랑 처음으로 하면 이제 다른 사람들이랑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그 얘길 들으니 눈물이 났다.
" 이기적인 사람... 잔인하다. 나는 이미 타락한 존재기 때문에, 당신이랑 자면 내 순수한 과거도 이제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너도 다른 남자들과 다를 바 없어져."
" 아니, 그렇지 않아. 오히려 나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을 기댈 수 있는 거야. 나는 그러기 위해 내 첫 경험을 너에게 바치러 왔어. 사실, 등록금이 비싸서 돈이 여유롭지 않아. 그리고 철학과는 과외자리도 잘 안들어와. 인생 경험 해보겠다고 이 일 저 일 노동을 전전해서 모은 돈으로 나도 큰 맘 먹고 온거야. 당신도 내 마음 알아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