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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Mar 17. 2024

정이 가는 책

   


백치를 처음 읽은 시기가 작년 봄부터 였던 것 같다. 그때 처음 읽었던 것이 지원소설 출판사의 김용석씨의 번역본이었다.

김용석씨의 번역은 처음 읽었을 때부터 훌륭하단 느낌이었는데, 이후로 다른 번역본을 읽어도 그 사람 만큼 번역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번역자 특유의 사상이 적절히 깃들어있으면서,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극적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과똑똑이씨들이란 단어가 너무 주관적인데다가, 읽는 사람으로써 매력적으로 다가오질 않는다. 그대신 지식을 만드는 지식은 등장 인물 소개를 가장 잘 써놓은 책.

문학동네

안다니 신사들이란 표현이 처음 읽는 사람에겐 익숙치가 않을 뿐더러, 그들의 오성과 능력이 지닌 요란한 탐구열이란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 오성과 능력을 주체화 시킨 것, 그리고 오성이란 단어 자체가 이 구절에선 과하게 쓰인 느낌.  이 문단에선 타인의 세속적 인 것들에만 과한 관심을 쏟는 허영에 찬 인간들을 비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성이나 사고의 능력이란 의미로써 "오성" 이란 단어는 과하다.


열린책들 번역본. 열린책들은 보편적인 번역의 느낌. 크게 흠잡을 것도 없지만, 너무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번역을 한 느낌이라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그 정신적 위태로움, 강렬함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김용석씨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구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ᆢ

대체제로 읽고 있는 범우사의 번역본.

범우사 번역의 특징은 읽히기가 쉽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번역된 느낌 이랄까 ᆢ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심각성을 드러내주기 보다는

조금은 가볍고 순수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느낌이 싫지만은 않다. 계속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범우사 번역은 "과똑똑이씨" 나 "만물박사" 같은 어느 특정한 단어에 함부로 빠지지 않는다. 그저 "세상을 잘 아는 사람들", "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혜나 오성이라는 귀한 단어를 쓰지 않고, 단지 왕성한 탐구심이란 표현으로 오히려 독자의 사색의 범위를 확장시켜준다.


김용석씨 번역본이 그립긴 하지만 범우사의 순수한 번역의 매력에 정이 들어서 당분간은 범우사로 읽을 것 같다.


23년 9월 19일, 김용석씨 번역본 열차안에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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