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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Mar 21. 2024

3월 21일

  



사랑 패권주의

내가 쓴 모르는 여인의 편지 비평을 읽고서 문학 강사님이 극찬을 해주셨다.. 지금까지 모르는 여인의 편지를 이렇게 비평한 사람은 처음 본다며, 이 글은 정말 이나씨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그는 그랬다. 이나씨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순수한 사랑이 가지는 초월적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기에 가능하다고.
그러나 어떤 면에서 나는 대단히 특이한 면이 존재하는데, 그런 사랑 외에 다른 감정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감각한 사람이라고 그랬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함에 있어서 시간이 흐르면 가족과 같은 우애의 감정으로 변하는 단계를 밟아 가는데 나에게는 그런 단계가 없이 오직 남녀로서의 사랑만으로 항상 사랑만을 하는 사람이라고 그런 점이 특이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가 느낀 나란 사람은 어떤 면에선 냉정하고 차갑고, 또 어떤 면에선 헌신적이고 따뜻한 사람으로 도무지 정의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그랬다. 과거에 쓴 글에서 "모든 관계는 조건적이다" 라는 글도 처음에 읽었을 때, 내가 인간관계를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었나?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모르는 여인의 편지 비평을 읽고나서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이나씨는 남녀로서의 사랑말고 그 외에 모든 사랑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사람이라는 것을. 게다가 그 사랑 자체에 보편적인 하락의 단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좀 극단적인 경우라서 어떻게 보면 내가 평생 누구보다도 물질적인 욕망을 초월해서 극적인 행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 것이며, 그게 아니라면 이 세상 누구보다 고독하게 살아갈 사람일 수 밖에 없다고 그랬다. 그렇게 나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나는 물질적인 것에 연연할 필요 없이 순수한 상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 한 경우 그 어떤 대상에게서도 제대로 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기 어렵기에, 이나씨는 고독하게 살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고 그랬다.

"그러면 어떡하죠? 저는 변해야 할까요?"

"아니요, 변하지마세요. 이나씨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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