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윤동주, 참회록
이 시의 특이점은 거울을 손수건으로 닦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고 하는 점이다. 신체로 닦으면 거울은 명확히 깨끗해질 수 없다. 그러면 그는 왜 손과 발로 닦으라고 하는 가?
인간의 깊고 슬픈 내면 의식은 인위적으로 깨끗한 상태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에 묻은 먼지와 지문 즉, 오염된 상태의 거울을 들여다 보아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운석은 울퉁불퉁하고 투박하다. 이것은 말끔한 거울과 대비되는 고된 삶을 상징한다. 그리고 운석은 지구에 있지 않다. '어느 운석' 이라는 표현에서 저 멀리 우주까지 동떨어져 있는 외로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역설적으로 더럽혀진 거울로 제 자신의 외로운 삶을 진정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라는 주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