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를 읽고나서 든 생각 정리
지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관점으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알레고리를 거부한다고 했다.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해주세요' 하는 작품이 있고, 아닌 작품이 있다. (말레나는 유독 상징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롤리타는 상징성에서 먼 작품이다. 왜일까? 작품이 알레고리적으로 해석 되려면, 서사에서 은밀하게 감추어진 느낌이 다분히 들어야 한다. 그 느낌을 해석하는 것에서 곧 비평이 나아갈 여러 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롤리타는 이미 험버트, 험버트가 대놓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미 욕망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기에, 사실 비평할 여지가 그리 많은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알레고리에 의존해서 작품을 해석하는 이들에게 이토록 아이같고 욕망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은 오히려 별로라 느끼거나 난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에서 내가 두드러지게 느낀 바를 비평해보기로 했다.
"지금껏 읽은 소설 중에서 사랑한다는 말(love) 가 가장 많이 보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읽는 내내 입안에 극도로 달콤한 꿀을 한움큼 머금고 있는 느낌이었다."
달콤한 꿀은 매우 농도가 짙고 끈적끈적하다. 무심코 삼키면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과다한 당이 혀를 옥죈다. 이 작품은 왜 이런 감각을 자극하는가?
위험한 사랑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 인간의 내밀한 부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 솔직함이란 본능적으로 달콤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기에.
험버트 험버트는 변덕스럽고 예민한 감수성을 소유한 지식인이다. 그러나 롤리타는 천박하고 산만하다. 둘은 나이 차도 어마어마하다. 롤리타가 단순 포르노소설이 아니라 알레고리적 해석의 반열에 들게 하는 예리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진정한 지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
결국 험버트 험버트 같은 지성인도 본래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짜로 인식시켜온 허위적 사랑을 해왔다는 것을 예민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그 사람만의 은밀한 방식으로 롤리타를 계속 사랑하는 것. 그 순수함에의 욕구에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솔직하게 반응할 줄 아는 그 영혼이 결국 진정한 지성인이다 라고.
그러므로 이 작품은 지성인인 척 위악적으로 구는 인간들에게 '사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입니다' 라고 비판적으로 말해질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