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테르미니역에서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해 승강장으로 향하려는데, 기차역에 퍼지는 커피의 향기가 나를 이끌었다. 기차역 특유의 분주함 속에서 서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시간은 멈춘 것만 같았다. 직원들은 밀려들어오는 커피 주문에 숨 돌릴 틈 없이 분주했지만 손님들은 커피 한 잔을 들이키며 마음에 여유를 채우며 내면의 고요함을 느끼 것 같았다. 이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은 사람들의 마음에 음료 이상의 무언가를 주는 것만 같았다. 기차역 에스프레소는 매우 씁쓸하고 묵직했지만 마시고 나면 입안에 아로마가 감돌고 개운했다. 설탕 한 봉지를 넣고 휘휘 저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나는 내면으로 빠져들 수 있는 찰나의 여유를 만끽하고 기차에 탑승했다. 커피 한 잔을 비우는 동안 침착하게 기다려주는 아인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커피 향기가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견에게도 여유를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