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사탑 아래 대자로 눕다

by 생각여행자

도시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아인이와 함께 다시 피사의 사탑을 찾았다. 해가 져버린 그 시각 관광객이 떠난 이 곳은 현지인들의 쉼터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잔디밭에는 반려견과 가족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이들처럼 자리를 편안히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냈다. 아인이와 함께 앉아 사탑을 옆으로 몸을 기울여 바라보고 잔디에 누워 바라보다가 잔디에 누워 대자로 뻗어버렸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낯선 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다. 나의 행동이 평소와는 달라 놀랐는지 아인이가 다가와 얼굴을 빠르게 핥았다. 이렇게 잔디에 편히 앉아 아인이와 쉬었던 날이 있었던가? 이곳에서 난 해방감을 만끽했다. 집 주변에 아주 넓은 공원과 잔디가 있음에도 눈치 보느라 바빠 갖지 못했던 여유를 이 머나먼 곳에서 찾았던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커피 한 잔이 만들어내는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