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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Sep 15. 2023

세입자는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하는가?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4

한 순간에 악몽이 되어버린 18층 전셋집


"비밀 번호를 요구하시다니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부동산은 집이 빨리 나가려면 그래야 한다고 했다. 사실 우리에게 집을 사지 않겠는지 권유했다. 하지만 우리는 남편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 있었던 터라 거절했다. 사실 1년 사이 이 전셋집 때문에 앓았던 골칫거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간 아랫집의 누수 외에도 집 때문에 일이 많았다. 베란다에 곰팡이가 잔뜩 펴서 매일 닦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동산에 물어보자 원래 그렇다며 환기를 자주 하라 했다. 하지만 추운 겨울날 문을 하루종일 열어둘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어느 날 낡은 나머지 누렇게 색이 바래버린 인터폰이 되지 않아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줄 수 없었는데, 집주인은 인터폰을 고쳐줄 수 없으며, 원한다면 사비로 인터폰을 고치라고 했다. 우리는 누렇게 바래버린 오랜 인터폰을 두고 헛웃음을 지었다. 방문할 사람도 많지 않았고 지인이 오게 된다면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되겠다 싶어 굳이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보러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지금 당장 갈게요."


부동산에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나는 인터폰이 고장 나 현관문을 열어줄 수 없었다. 아무리 고장 난 인터폰의 열림 버튼을 세차게 눌러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수화기 너머로 지금 당장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화기가 있는 인터폰이니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준 뒤에야 현관문을 열 수 있었다. 잠시 뒤  부동산 사장님이 씩씩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왜 현관문이 열리지 않느냐 물었고, 집주인이 바꿔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집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몇 차례 집을 방문했고, 나는 일이 없는 날을 미리 알려주고 그 시간에 맞춰달라고 부탁했다.(그 당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다. 


"왜 집을 안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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