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내려왔습니다 5
왜 집을 안 보여주세요?
안 보여주다니. 나는 그저 집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대를 미리 알려준 것인데 집주인은 마치 내가 집을 보여주기 싫어서 안달 난 사람인 것 마냥 말하고 있었다. 결론은 이러했다. 집이 빨리 팔려야 하며, 팔리지 않으면 전세금을 줄 수 없으니 협조하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그 집주인의 말을 순진하게 믿어버렸고 이 집이 팔리는 것을 마치 나의 일처럼 걱정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의 나라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전세 만기까지 그 집에 대한 권리는 세입자에게 있으며, 집을 보여줄지 말지는 그동안 이 집을 사용할 권리를 가진 세입자에게 있다. 세입자이지만 돈을 내고 빌린 입장이기에, 전세금 반환에 대한 문제는 집주인이 해결할 문제다.
순진했던 10년 전의 나는 부동산에서 전화가 오길 기다리며 내 학업까지 등한시하며 남의 집 매매를 도왔고 왜 집이 안 나가는지 걱정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내놓은 집값은 터무니없이 높았고. 집이 나가지 않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큰 문제가 있었다. 안방 벽에 곰팡이가 생겼던 것이다. 집주인은 우리가 환기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 말했지만, 벽 전체에 생긴 곰팡이도 아닐뿐더러 누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집을 잘못 사용한 것이라며 내게 면박을 주었고, 10만 원을 줄 테니 근처 *마트에 가서 시트지를 산 뒤 직접 도배를 하라고 했다. 아니 명령했다.
분명 우리가 잘 붙이지 못한다면 우리 탓을 할 것만 같았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업체를 부르시죠
이때 우리는 다시는 전세로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