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내려왔습니다 6
10만 원을 줄 테니 도배를 직접 하라니, 집주인은 말 같지도 않은 요구를 해왔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방에 곰팡이가 생긴 것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 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우리가 직접 할 수 없으며 업체를 불러 진행하라 했다. 결국 집주인은 업체를 불렀고, 나는 그 상황을 지켜봤다. 사실 발뺌할 일을 만들면 안 됐기에 녹음을 하고 있었다. 책임을 전가하려는 집주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방법은 그뿐이었다.
집주인은 도배업체 사람들을 불러와 집을 진단하기 시작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도배를 찬찬히 훑어보고, 벽을 탕탕 두드려 보았다.
단열작업이 안돼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에 도배해도 계속 곰팡이 생깁니다. 단열부터 해야 돼요
집주인은 화들짝 놀랐다. 좀 더 상세히 표현하자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들통나 당황한 것 같았다. 확장된 베란다에 단열작업과 난방 배관작업이 되지 않아 곰팡이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겨울에 엄청 추우셨을 것 같은데요?
감사했다. 나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이 사실이 제대로 녹음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집주인은 입을 삐쭉거리곤 돌아갔다.
다음날 다시 연락이 왔다. 또다시 직접 도배를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이를 거부했다.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 결국 집주인이 도배지를 들고 찾아왔다. 집주인은 안방에 있는 우리 침대를 낑낑대며 옮긴 뒤 벽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집 매도를 위한 사기극을 벌이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집 매도를 위해서 부끄러움이나 체면도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아이를 데려왔는었데, 아이는 거실에 앉아 우리 집도 집주인의 집도 아닌 집의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집주인은 그 흔한 휴지 한올조차 가져오지 않았다.
그날 난 집주인이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세입자를 힘들게 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