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내려왔습니다 7
집주인이 기를 쓰고 벽지를 붙인 뒤 나의 방학이 찾아왔다. 그 덕에(?) 매수희망자에게 집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졌다.(그쯤 나는 이미 다른 집의 매수 계약서를 작성한 상태였다.) 집이 팔리지 않으면 전세금을 줄 수 없다고 집주인이 엄포를 놓았기에 집이 빨리 나가길 바랐다.
한 매수 희망자가 안방에 들어선 뒤 벽지를 쓱 만졌다. 집주인이 새로 도배를 한 곰팡이가 있던 자리였다. 나는 흠칫 놀랐다.
"끝 라인인데 결로가 없네요?"
그때 난 말 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식간에 난 집주인과 공범이 되어버렸다. 그 사람은 집을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집이 하자가 있는 집이든, 거짓말을 하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나는 전세금만 받고 나가면 되니까.
그리고 머지않아 부동산으로부터 또 연락이 왔다.
새 집주인이 세를 놓아야 하는데 집을 보여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