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전경을 한 눈에 보고 싶어 핀초언덕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상당히 한적했다. 아인이와 함께 산책을 하듯 걷는 느낌은 관광객으로서 걷는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관광을 할 때에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잘 살피지 않았었는데, 산책하듯 천천히 걷다보니 도시 구석구석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로마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도시지만 담쟁이 덩굴이 늘어져있고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골목골목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길가에 무심하게 피어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스페인광장 역을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적한 길을 볼 수 있었다. 아인이는 그 고요한 길을 매우 좋아하는 듯 했다. 이리 저리 냄새 맡다가도 우다다 언덕 위로 질주했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듯 날갯짓을 하는 나비를 발견하고는 잡아보겠다며 앞발을 휘휘 흔들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새로운 풍경과 낯선 냄새.
아인이는 이 모든 것들을 눈과 코에 담으며 즐기고 있었다.귀를 토끼처럼 총긋 모아 뒤로 젖히고는 도시가 전해주는 냄새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며 전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인이가 느끼는 도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다. 어쩌면 나보다도 로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인이에게 로마는 어떻게 기억될까?
평소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지만 이처럼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인이가 말을 해줄 수 없기에 정확히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꼬집어낼 수는 없지만, 보호자로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인이가 지금 이 순간, 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