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초 언덕 뒤에는 보르게세 빌라가 있었고, 큰 잔디밭이 펼쳐져있었다. 나는 아인이와 그곳을 좀 더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푸른 잔디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형견들이 목줄 없이 자유로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원을 누비는 소 같았던 이 대형견들은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고 자기만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에 문득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 문득 예전에 친구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주변의 시선과 말에 상처를 받아 힘들 때쯤 친구가 건넨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동안 무질서했던 반려견 보호자의 행동에 혐오감이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이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반려견의 보호자인 나조차도 산책을 하면서 변이 바닥에 널려있는 것을 볼 때도 있고,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가끔 목격하는 데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거나 반려견이 다쳤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기 때문이다.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져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다툼도 일어나곤 했다.
나도 아인이가 공원에서 줄 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마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데다 사고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칙은 준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인식을 ‘개를 싫어하는 정도’에서 ‘무관심한 정도’로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잘못이 모든 반려견과 그 견주에 대한 선입견이 되어버릴 수 있기에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의 행동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반려견도 보호할 줄 아는 보호자가 진정으로 나의 반려견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보호자의 자세가 아닐까? 보호자들이 규정을 준수해야 반려견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반려견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게 될 수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