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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Jul 10. 2019

'개'가 '반려견'으로 인정받는다는 것

이탈리아에서는 가족들이 반려견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식사를 할 동안 반려견은 테이블 밑에 앉아 의젓하게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곤 한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다소 지루한 기다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의젓하게 기다리는 반려견을 살피며 빵 한 조각, 피자 도우를 건네는 보호자를 보면 테이블에 함께 앉은 것은 아니지만 반려견도 가족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다.


아인이는 테이블 밑에서 기다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동반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반드시 반려견을 무릎 위에 앉혀야 한다는 식당 나름대로의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보호자와 가까운 무릎이 아닌 멀리 떨어진 바닥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아인이에게 낯선 일이어서 계속 올려달라며 나의 무릎을 긁어댔다. 안타까운 마음은 들었지만 이곳의 페티켓이니 단호하게 거절했다. 몇 차례 거절하고 나니 세 번째 들른 식당에서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반려견의 삶은 보호자가 없는 ‘개’와의 삶과는 다르다.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배우고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사람을 물거나 낯선 사람에게 뛰어들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 횡단보도를 마음대로 건너선 안되며 보호자와 항상 리드줄로 연결되어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보호자가 교육의 의무를 다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가 식사를 마칠 동안 아인이가 차분히 기다릴 때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탈리아의 보호자들이 이와 같은 교육의 의무를 다하고 있기에 반려견 동반이 너무나 자연스레 이 나라 문화에 스며든 것은 아닐까? 보호자의  노력이 선행돼 성숙한 반려견 문화와 에티켓이 정착했기에 ‘개’가 아닌 ‘반려견’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됐다.

     




맛있는 홈메이드 라비올리를 먹는 동안 조용히 기다려주는 아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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