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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Aug 14. 2019

기차를 놓치다

불편한 변수도 여행의 묘미일 뿐

나의 피사행 복귀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피사행 기차표를 사야 하는데 티켓 발권기 줄이 길어서 원래 타려고 했던 기차를 놓치고 급하게 오른 다른 열차에서도 피사로 향하는 환승역을 놓쳐버렸다. 나는 아인이와 듣도 보도 못한 아울라 루니지아나Aulla Lunigiana라는 역에 덩그러니 앉아 기차를 기다렸다. 정말 계획대로 되지 않는 지루하고 외로운 하루였다.      

그러나 기차를 놓쳤다고 해서 딱히 놀라거나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여행 중에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고 계획에 없던 새로운 곳을 경험할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저 아인이와 내가 안전하게 도착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불편한 변수도 여행의 묘미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여행을 하며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최근 몇 년 전에는 베를린에서 베네치아로 운행하는 베를린 공항이 파업을 하는 바 람에 타려 했던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출발 10시간 전에 통보받은 적이 있다. 친구와 나는 숙소를 당일에 취소하면 환불받을 수 없으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프라하행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예정에 없었던 3시간 프라하 투어를 한 뒤, 프라하에서 베네치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몇 시간 만에 계획하지도 않은 국경 넘기를 두 번이나 하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프라하행 버스 안에서도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친구와 깔깔대며 화장을 하고 고데기까지 말고 있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즐거운 여행을 울상으로 보낼 필요가 없었다. 대학생 때는 전 기차가 선로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일정이 모두 밀려 낯선 곳에서 하루를 지내야 했던 적도 있었고 지갑을 도난당한 적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지 못해 민박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이 새로운 경험을 하러 가는 것이기에 예기치 못했던 일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추억거리가 된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었다. 불편한 변수도 여행의 묘미가 되고 내 이야기 상자 속 보물이 될 테니 말이다. 아직까지도 나는 내 친구와 그때 우리가 베네치아 여행을 포기했더라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없었을 거라며 추억하곤 한다. 이번 피사행 여정도 예상보다 조금 늦어질 뿐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이 작은 녀석이 내 마음을 안정시키고 단단하게 해주는 듯했다.

'그래 긴장할 필요 없어. 지금 이 순간을 편히 즐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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