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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Jan 29. 2021

파양과 유기

반려동물의 세상을 빼앗는건 어차피 매한가지다.

아인이는 고가도로에 유기된 아이였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애견카페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날 때까지 임시 보호를 받았다. 5개월-6개월로 추정되었던 터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입양처를 찾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고, 소변 실수를 한다는 이유로 몇 차례 파양 당했다.


아인이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인이에게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창가에 힘 없이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듯 텅 빈 눈빛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새 가족이 될 아인이를 안아보고 싶었지만 사람에 대한 희망을 저버린 듯 다시 창가에 가서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푹 박고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몇 시간을 지켜봤다.

우리 집에 와서도 아인이는 정말 조심스러웠고 우리 부부를 반기면서도 한 편으로는 완전히 마음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맛있다는 사료를 준비해도 입맛이 없는지 통 즐거워하지 않았다. 아인이는 몇입 먹고는 방구석으로 가 몸을 웅크리고만 있었다.

유기와 파양의 경험이 그 어린 녀석이 삶에 대한 의욕을 찾지 못할 정도로 상실감을 주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아인이가 마음을 온전히 열고 식욕을 되찾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며 당당한 표정을 하기까지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최근 한 배우가 상습적으로 반려동물을 파양해 논란이 됐다. ‘유기한 것은 아니니 괜찮지 않으냐’라는 반응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려동물에겐 보호자가 세상 전부다. 파양은 언뜻 보면 길에 내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책임을 다 한 것처럼 그럴듯해 포장 될 수 있지만, 파양과 유기는 반려동물의 세상을 앗아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같은 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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