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의 사유》 2025.02.14
고열로 앓던 며칠
엄마인 나를 눕여 토닥이던 아이가
방 불을 끄고 조용히 나간다.
다시 돌아온 아이는 내게
수줍지만 자랑스러운
두 손을 내민다.
하얀 종이에 둘둘 말린
꾹꾹 눌러 담긴 글과 그림
'반는 사람: 엄마'
뭉클해진 눈가에
눈물이 났다.
맞지 않는 맞춤법은
오히려 더 좋았다.
아이의 쪽지는
내가 십 대이던 날의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를 두고 일터에 가야 했던
어미의 마음 무게가
고스란히 눌러 담긴
냉장고 위 엄마의 쪽지들
맞지 않는 맞춤법 사이로
엄마의 마음은 더욱
진하게 배어있었다.
그 시절 냉장고 쪽지에 담긴
사랑이 그대로 스며 자란 딸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
그때, 그리고 지금
맞춤법은 틀려도
사랑은 틀리지 않았다.
오늘은 나도 내 아이처럼
나의 엄마에게
편지 한 통 써야겠다.
'반는 사람: 엄마'라고.
ㅡ2025.02.14.김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