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지장도 백만 장도

《미애의 사유》 2025.03.13.

by 김미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나는 왜

두 손 두 발 다 써가며

혼자 해내려는지


나의 아이는

굳이 나와 같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결국 혼자

감내하기를 물려주고


아이가 든

백지장은

백지 한 장의 무게가 아니었다


아이의 두 손 두 발과

엄마의 두 손 두 발로는

버거운 것


이제야 다른

손도 발도 찾아

맞들기를 청하니


백지장이 아니라

백만 장도 들 수 있을

든든함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혼자 감내하는 것이 아닌

함께 겪어내는 것이

필요했음을

무겁게 배운다


이제 우리

맞들며 살자

너와 나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도



ㅡ2025.03.13. 김미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때때로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