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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타 Sep 06. 2022

당신이 살아온 시대의 아이콘은 누구인가요

뉴진스라고 하고 싶지만 멤버들이 참 생경하다

회사에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는...이라고 썼지만 서로 드립 치기 바 친구 중 한 명은 97년생(이하 L), 한 명은 01년생(이하 S)이다. 상큼하고 러블리한 상대에 대한 질투도 2~3살 차이에서야 가능하지 이건 뭐 "어디 보아아~~"하며 암산해야 하는 수준의 나이 차이인지라 사실 마냥 예쁘고 귀엽다. 종종 "둘이 어떻게 친해?"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솔직히 우리의 대화는 누가 볼까 겁나는 수준으로 영양가가 없다.


18살 차이 나는 동생과 숨 쉬듯 대화를 나누고, 나이 차이 나는 동료들과도 어렵지 않게 소통을 하는 편이지만 문득 신기했다. 내 기준 또래는 위아래 2살까지이며, 3살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세대차이가 난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문제없이 잘 지내니 말이다. (둘 다 같은 팀이 아니기에 업무적으로 엮이지 않아 아직은 무탈하게 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굳이 하나를 집자면 그들과 나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르다. 그리고 이 사실을 통해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라는 것을 체감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예쁘다.


어느 날 속눈썹을 붙이고 온 L이 눈을 깜빡거리며 어떠냐고 묻는데 이건 공작새 깃털을 눈에 옮겨놓은 건가 싶어 썩은 굴비 같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세수만 하고 나와도 예쁘기만 한데 메이크업으로 그 맑은 어여쁨을 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진스의 누가 예쁘네, 스테이씨의 누가 예쁘네 하는 소리에 너도 예쁘다고 하면 도끼눈을 뜨며 왜 거짓말을 하냐고 되묻는다. 아니 이것들이 칭찬을 해줘도 후


문득 소름이 돋았던 이유는 내가 지금 하는 말들이 어릴 적 내가 들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롤모델이자 희대의 아이콘은 반윤희와 유혜주였다. 반윤희 언니가 하고 다니는 모든 착장이 너무나 힙했고, 유혜주씨의 청초한 아름다움에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 있냐며 찬사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남자들이 예쁜 것을 좋아한다는 말은 틀렸다. 여자들이 훨씬 더 좋아한다. 확신할 수 있다.





오늘은 작음이*의 동생 지선이와 마음이 맞는 날이다. 내 어린 시절을 톺아봐도 이 착장에는  머리를 해야 하고, 이 신발에는 꼭 이 가방을 들어줘야 한다는 룰 같은 것이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조악해도 내 눈에는 그것이 미의 기준이었다.

*작음이: 남자 친구(30대/키가 작음/요새 갑자기 수영 시작)


중학생 때 부터는 눈도 좋으면서 싸구려 서클렌즈를 끼기 시작했다. 덕분에 대학교 입학 후 라섹을 했는데 심지어 관리도 못해서 현재 다시 수술 이전의 시력으로 돌아온 것은 우리만의 비밀이다. 경극 배우처럼 하얘지고 싶었던 건지 백탁 현상으로 유명한 선크림만 찾아 얼굴에 떡칠을 했고, 에뛰드 디어 달링 틴트(얼마나 발랐는지 이름도 생생함) 없이는 밖을 나가지도 않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가끔 홍이가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사실 너무 웃기다. 어차피 앞머리로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눈썹일지라도 반드시 그려야 하고, 쿠션에 립까지 풀메이크업을 장착한 뒤 마스크를 쓴다. 그리고는 맨날 "뭐 입지?" 고민하며 흰색, 검은색, 회색으로 점철된 옷장 앞에 서서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옷 중에 하나를 골라 입고 나간다. 지금 쓰면서도 너무 웃겨서 좀 웃어야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차피 홍이는 브런치 안 하니까 모를 거다ㅋㅋㅋㅋㅋㅋ(사랑해)


매번 자기는 키도 작고 얼굴도 크고 살도 쪘다는데 사실 키야 유전이니 어쩔 수 없는 거고 얼굴은 내 손바닥으로 가고도 남을 수준으로 작다. 살도 이게 찐 거라면 세상천지에 살 안 찐 사람이 어딨나 싶을 수준인데 나도 겪어온 시절이기에 홍이도 나중에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내 것을 기가 막히게 찾아낼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이게 나이 듦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다. 예전에는 시간을 두고 겪어봐야 알 수 있던 것들을 이제는 짧은 스캔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L과 S, 홍이, 그리고 아직 자기 자신의 멋짐을 본인만 모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유레카!"를 외치게 될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Kkiri kkiri is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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