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듀와 윤미래 노래를 듣는데 그들의 노래를 처음 접했던 시기와 현재가 대비되면서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싶다가 그만큼 나도 늙은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글을 쓰며 그때의 카톡을 다시 확인해 보니 "왜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볼 법도 한데 주변 지인들 도시가스비 현황을 보내며 "눈물 들어가게 해 줄게."라고 말한 흔적이 남아 있다. 참 징글맞으면서 이런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어 주는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작음이*에게 계절을 타냐고 물으니 안 좋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지만 봄이 오면 개가 된다고 하며 갑자기 동네 똥강아지처럼 뛰기 시작했다. 지금도 충분히 시고르잡종st인데 다가올 봄에는 개인적 거리두기를 시행해 보아야겠다.
*작음이: 남자 친구(30대/키가 작음/이직 후 주말에도 회사 자료를 스터디하며 대외비라고 온몸으로 자료를 사수하는데 사실 나는 별 관심이 없음)
본인 피셜 서글픔이라는 감정을 자주 느낀다는 작음이의 말을 들으며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살면서 서글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답답하거나 울화통이 치밀거나 우울했던 때는 있었지만 서글펐던 경험은 없다. 서글픔이라는 것은 내가 손쓸 수 없는 일에 당면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손을 놓아 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작음이는 사소한 일에 자주 서글퍼한다. 예전에는 난전 상인처럼 웃통을 까고 있어도 땀이 났는데 이제는 상의를 찾아 입게 되는 걸 보니 체력이 전 같지 않은 것 같다며 서글퍼하고 라면을 먹고 나서 고봉밥을 말아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소화 능력이 떨어진 건지 반 공기로도 충분하다며 서글퍼하고 이 옷을 아직 더 입어야 하는데 너무 추워져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며 서글퍼한다. 쓰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조금 웃어야겠다.
나는 겨울을 탄다. 특히 길을 걷다 문득 앙상한 나뭇가지를 인식하게 되면 무언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럽기도 하고 부질없기도 하고 조금은 복합적인 감정이다. 수족냉증이 심해서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도무지 따뜻해질 줄 모르는 몸뚱이를 갖고 있기도 하고, 혈압이 낮은 탓인지 춥다는 것을 n분 이상 느끼면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거나 주저앉는다.
신체적인 반응은 이해가 가는데 감정의 변화는 몇 년째 겪고 있는데도 마냥 낯설다. 남들은 즐겁게만 듣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가끔은 슬프게 느껴진다. 24일까지는 세상 신나는데 25일이 지나면 사라지는 일장춘몽 같은 느낌이다. 젊음이나 지나간 시간에 대해 미련이 있는 편이 아니라 이러한 감정이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보통의 겨울은 깜빡이 없이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런 것 같다. "가을이야 뭐야? 언제 추워지는 건데?"라는 말을 하자마자 보란 듯이 추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겨울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빠른 속도로 찾아왔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나에겐 5천 원의 현금이 있고 옥수수와 붕어빵, 호떡을 사 먹기에 더없이 충분하다. 올 겨울은 스스로 따뜻함을 발굴하고 감사할 줄 아는 간식 부자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