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뉴욕여행. 뉴욕에서 먹고, 보고, 경험한 19가지 이야기
웰컴 투 크라임씬, 미스테리어스 북샵!
뉴욕에서 많은 곳들을 가고 싶었지만 그중 1순위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바로 이곳, ‘미스테리어스 북샵 (Mysterious Bookshop)’이다. 여행 후반부에 비 오는 쌀쌀한 날씨를 이겨내고 자유의 여신상 투어를 한 후 월스트리트와 911 테러 메모리얼파크를 지나 드디어 이곳에 도착했다.
미스테리어스 북샵은 1979년에 시작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추리소설 전문서점이라고 한다. 이제 45년이 다 되어가는 이 서점의 존재와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서점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단순히 추리소설을 판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새로 나올 작품이나 이벤트들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기도 하는 등 시대에 맞춰서 여러 가지 활동도 함께 하는 서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Come In and Sleuth Around”라는 위트 있는 푯말로 나를 반긴 이곳은 외관부터 내부까지 클래식한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서점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천고가 높았고, 천장 가까이까지 뻗은 책장에는 많은 추리소설들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책장 중간에는 안쪽으로 깊이 들어간 문이 하나 있었는데, 진짜 크라임씬처럼 ‘Crime Scene Do Not Cross’라고 적힌 노란색 테이프가 쳐져 있었다. 푯말부터 이러한 구성까지, 역시나 추리소설 전문서점다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면서 괜히 그 노란색 테이프를 걷어내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책장이 천장 가까이까지 뻗어있다 보니 사다리를 타야 위쪽 책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도 할아버지께서 사다리에 올라서서 책을 정리하셨다.
서점 중앙에는 Bibliomysteries라는 섹션이 있었는데, 이 책방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은 붉은색 표지의 책들로 빼곡히 정돈이 되어있었고, 그 옆에는 조금 더 연식이 있어 보이는 추리소설들이 꽂혀있었다. 어떤 책을 사면 좋을까 열심히 고민하다가 ‘The Christmas Card Crime - and other stories’와 ‘Pearls Before Swine’이라는 책을 골랐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미국에서 영국추리소설만 두 개 골랐더라는… 그런데 한 가지 반성해야 할 것이, 2019년에 사 온 이 두 책을 아직까지도 사실 읽지 못하였다. 추리물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책을 너무나도 읽지 않는 사람이라…. 게다가 영어 원서이다 보니…. 흠흠.. 핑계는 이만! 반성하고 조만간 책 페이지를 넘겨봐야겠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는 셜록홈스! 미스테리어스 북샵의 한쪽 벽도 셜록홈스 관련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이 서점에는 유난히 작가 서명이 된 책들도 많았다. 즉, 작가들도 이 서점을 많이 찾는다는 말이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책방을 구경하고 있던 중 Baker Street Journal이라고 적혀있는 섹션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The Baker Street Irregulars에서 분기별로 발행되는 저널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손에 잡힌 저널은 1980년 12월에 발행된 저널로 꽤 훌륭하게 보관이 된 상태였다.
사실 이 저널 덕분에 이 책방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더랬다. 계산을 해주시던 할아버지께서 처음에 10달러인 것 같다고 하시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시고는 6달러라며, 본인의 부지런함 덕분에 4달러 세이브되었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인상 좋으신 얼굴로 위트 있게 결제해 주시는 할아버지 덕분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서점 구경을 마칠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뉴욕에 가게 된다면, 그때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기다려주는 미스테리어스 북샵으로 향하고 싶다.
미스테리어스 북샵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에 우리나라 신촌 쪽에도 추리소설 전문서점이 있어 몇 번 갔었던 기억이 난다. 이 서점에서 주최했던 ‘경성탐정 이상’ 작가분과의 Talk 이벤트도 보러 갔었는데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곳이다. 오랜만에 아직 해당 서점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고 다시 한번 발걸음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테리어스 북샵처럼 우리나라의 추리소설 전문서점도 30년, 40년 이상 장수하며 오랫동안 추리소설 팬들 곁을 지키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정보>
Web page: https://www.mysteriousbookshop.com/
Address: 58 Warren St, New York, NY 10007
Map: Mysterious Book Shop
운영시간: Monday ~ Saturday, 11:00 am to 7:00 pm